"오늘은 아마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기의 날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 시각)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재기'는 이날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이 내놓은 5월 일자리 통계를 말한다. 노동통계국은 지난달 미국 실업률이 13.3%로 4월(14.7%)보다 하락한 것은 물론, 비(非)농업 부문 일자리가 250만9000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대공황 시기인 1939년 이후 한 달 기준 최대 증가 폭이다.

지난 3월 17일 코로나 사태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원스톱 커리어 센터'에서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 4월 14.7%로 월별 통계를 발표한 194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5월에는 13.3%로 하락했다. 특히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대공황 시기인 1939년 이후 한 달 기준 최대폭인 250만9000개 늘어났다.

많은 경제학자와 시장전문가들은 5월 실업률이 20% 가까이 치솟고 일자리가 750만개 줄어들 것으로 봤지만, 이런 우울한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한 숫자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로 돌아갈 것"이라고 흥분했다.

누구도 예상 못 한 대반전 통계에 뉴욕증시는 대환호로 화답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29.16포인트(3.15%) 급등한 2만7110.98에 거래를 마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장중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번 고용 통계에서 일부 실업자를 취업자로 분류하는 치명적인 오류가 확인되면서, 미국 경제가 환호할 정도로 개선된 것은 아니며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 서프라이즈에 증시 '로켓십' 반등

블룸버그통신이 경제 전문가 78명을 대상으로 한 사전 조사를 보면 그 누구도 노동부 발표 숫자를 맞히지 못했다. 가장 희망적으로 본 전문가도 80만개는 줄어들 걸로 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들을 상대로 집계한 예상 실업률도 19.5%였다.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난 고용 통계가 나오자 증시는 즉각 반색했다.

워런 버핏이 손절매(損切賣)했던 보잉이 11.5% 급등했고, 전날 40% 넘게 폭등했던 아메리칸 항공도 11.2% 올랐다. 업종별로는 에너지가 7.5%, 금융주가 3.9% 뛰었다. 실제 미국 50주 전체가 코로나 봉쇄 조치를 완화한 결과, 식당과 술집 등 외식 업계와 의류 매장, 건설 업종 등에서 신규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V자형보다 빠른 '로켓십' 반등을 보일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백신 개발에 엄청난 진전이 있다면서 백신 개발 관련 낙관론도 이어갔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6월 고용지표는 더욱 개선될 것이라면서, 미 경제가 3~4분기에 연율로 20% 성장할 수 있다고 한 술 더 떴다.

◇통계오류 나와, 경기 반등 신호는 아냐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현지 언론들은 서프라이즈 고용 통계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업자로 분류됐어야 할 '일시 해고자(unemployment on temporary layoff)'들이 '결근 중(employed but absent)'으로 잘못 분류돼 취업자로 처리됐다는 것이다.

노동통계국도 이런 오류를 인정했다. 코로나로 인한 일시 해고나 무급 휴직자가 늘어나던 3월 조사 때부터 이런 실수가 있었는데 시정되지 않았다는 주석도 달았다. 노동통계국은 "이런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실업률은 약 3%포인트 더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 오류가 없었다면 3월 실업률은 4.4%에서 5.4%로, 4월 실업률은 14.7%가 아니라 19.7%로 수정해야 한다고 노동통계국은 언급했다. 5월 실업률은 13.3%가 아닌 16.1%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11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실업률을 더 낮게 보이려고 자료를 손봤을지도 모른다는 음모론도 펼치지만, 경제 전문가들과 전직 노동부 관료들은 단순 실수일 뿐 고의로 조작했을 리는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5월 고용 통계가 서프라이즈인 점은 분명하지만, 미국 경제가 확실히 반등하고 있다는 다른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은 "실업률이 13%든 16%든 여전히 대공황 때 최악인 10%보다도 높고, 250만명이 새로 일자리를 얻었다고는 하나 (4월에) 2050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에 비하면 작은 회복에 불과하다"면서 코로나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