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예술교육의 변화와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모인 (왼쪽부터) 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송수근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최용혁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총장.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교육이 어려움에 빠졌다. 실습과 협업에 중점을 둔 예술대학도 위기다. 국내 예술대학은 감염병 위협을 피하기 위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동시에 예술교육의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문화의 세계적인 확산과 인기몰이의 중심에 선 예술대학의 위기 대응 방법과 향후 예술교육의 발전 방안을 송수근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최용혁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총장(가나다순)에게 들어봤다.

“대학 문턱도 못 밟은 신입생들이 많습니다. 대학생이라는 걸 실감도 못 하는 셈입니다. 그래도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커 여전히 비대면 수업을 선호하는 모양새입니다. 자체조사 결과 학생 10명 중 7명은 비대면 수업을 원했습니다. 이태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 확산하면서 이런 비율이 더 오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예술대학 특성상 교육 효과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입니다.”(송 총장)

최근 예술대학 총장의 첫 번째 고민은 단연 코로나19 감염 우려다. 세 총장 모두 위기감을 공유했다. 이 총장은 “4년제 대학과 달리 예술대학은 협업이 중심”이라며 “새로운 창작극을 상연하고 공연을 기획하기 위해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을 함양했는데 이 부분을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최 총장 또한 “한때 대면 수업 전면 재개를 검토하기도 했으나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매일 대학 내 TF팀과 회의하며 앞으로를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순서대로 송수근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최용혁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총장

코로나19,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계기로

위기에 좌절하고만 있지는 않다. 예술대학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달성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강의실이란 공간에 국한했던 교수학습의 장(場)을 깨는 게 핵심이다. 이 총장은 "비대면 수업의 강점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전 세계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북미와 유럽의 예술가와 학생이 협업해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새로운 시대의 예술교육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총장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좌절하기보다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송 총장은 비대면 수업의 교육 효과가 기존 도제식 수업보다 낮다는 인식은 고정관념이라고 지적한다. EBS에서 인기를 끌었던 화가 '밥 로스'의 사례처럼, 눈앞에서 실습하지 않더라도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학생의 활동을 비평하는 데 치중했던 교수의 역할이 직접 시연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교수에 대한 학생의 신뢰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송 총장은 "그간 그림 그리는 기법을 설명하던 교수가 직접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자 더 믿고 따르게 됐다는 학생 반응도 있다"며 "도제식 수업의 가치가 분명히 크지만, 비대면 수업이 예술교육에 부적합한 방식이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비대면 수업을 통해 교육의 실제 효과를 강화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 최 총장은 "과거 도제식 수업에선 예술교육의 결과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게 단점이었다"며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교수와 학생이 함께 수업을 하고 제작한 결과물을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는 등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확산하는 교육 효과는 더욱 증대됐다"고 밝혔다.

오히려 앞으로의 기술 발전에 따라 보다 많은 기회가 예술대 학생에게 주어질 여지도 있다. 극장과 영화관, 콘서트장 등 예술을 선보이고 대중과 소통할 기회가 물리적으로 제한됐던 과거와 달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보다 쉽게 예술을 전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통한 문화 소비가 급증하면서 예술 전시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역할을 하고 있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집안에 있더라도 공연장에 있는 것과 같은 현장감을 전달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러면서 예술의 비용 자체도 절감돼 보다 많은 대중과 예술로 호흡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서울예대의 컬쳐허브(Culture Hub)가 좋은 사례다. 컬쳐허브는 서울예대가 세계 각국에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현지 예술가가 이 스튜디오에서 교육 또는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비대면 교육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역설적으로 서울예대의 컬쳐허브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초연결사회를 준비해온 서울예대는 이 활동을 라이브랩(LiveLab)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서울예대 학생과 공유하고 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인도네시아 반둥 등에 스튜디오를 설치했다. 초연결사회의 예술교육인 셈이다.

비대면 수업, 장인의 '예술혼' 담아야

물론 기존의 예술교육이 가진 탁월한 장점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송 총장은 "이른바 '예술혼'으로 통용되는 장인정신과 예술가로서의 윤리의식 등은 비대면 수업이 도제식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고유의 가치"라며 "앞으로 비대면 예술교육의 과제는 이 같은 '예술가'를 양성하는 교육을 어떻게 비대면 수업에 효과적으로 이식하느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게 총장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총장은 "요컨대 예술의 협업 방식에 변화가 오는 것"이라며 "최근에 코로나19를 계기로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온라인으로 스트리밍 공연을 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생겼고, 과거 공연장에서 소수가 누리던 예술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리는 이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교육적 효과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최 총장은 "다른 학생의 실습 등 학습 내용을 공유할 수 있고, 원할 때 다시 볼 수도 있는 등 장점이 많다"며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실용음악 교육도 이뤄져 멋진 연주 등을 학생과 교수가 공유하면서 학습 효과를 끌어올리고 있어 긍정적이다"고 했다.

코로나가 촉발 비대면 교육, 교수도 변화

온라인으로 수업을 전환하면서 기존의 대면수업에선 한 번 시연하고 사라졌던 교수의 실습이나 재연, 학생에 대한 비평 등이 자동으로 아카이빙(Archiving)되는 부가적 효과도 나타났다. 이론 외에는 눈으로 보고 체험해야 하는 경우가 잦은 예술교육에서 이처럼 교육자료가 축적된다는 것은 큰 전환이다.

예술을 전수할 교수진의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엔 대면 수업 일정에 교수가 종속돼 연구나 예술활동에 짬을 내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완화돼 교수의 다양한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이 총장은 "교수가 자유로워졌다"며 "그 시간을 활용해 창작 활동에 열의를 보이는 교수도 나타나는 등 긍정적 변화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 총장들은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세계적인 관심의 중심에 선 한국의 문화예술이 더욱 각광을 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이미 인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세계를 강타했고, 올해 초에는 봉준호 감독이 아시아권 감독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하는 등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선도한 K문화… "앞으론 예술시대"

코로나19 확산으로 예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 총장은 "코로나19로 정신없이 살던 현대인들이 스스로의 삶을 재조명하는 기회를 갖지 않았느냐"며 "나의 삶을 충실하게 만들기 위해 문화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인식도 커졌고, 이 공백을 예술이 채우고 있는 만큼 청년과 학생이 예술에 도전해볼 기회도 더욱 늘어날 걸로 전망한다"고 했다.

송 총장은 "앞으로 더욱 주목받고 혁신적인 산업이 나타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예술"이라며 "기술 주도의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소외된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고, 또 앞으로 나아갈 길을 선도할 수 있는 분야가 예술이기 때문에 더욱 자부심을 갖고 예술교육에 매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총장은 이런 학생과 학부모,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대학 스스로도 절치부심해 특성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앞서도 방송예술 분야의 특성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앞으로도 대학에서 좋은 예술을 배워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학생·학부모와 함께 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