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처럼 빠른 초소형 로봇 HAMR-Jr. 크기는 동전만 하고 무게는 그 10분의 1 정도다.

자기 몸무게보다 10배나 되는 짐을 싣고도 치타처럼 빨리 달릴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됐다. 눈으로 보기도 어렵다. 빠르기도 하지만 워낙 작아 마치 바퀴벌레처럼 금방 시야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로버트 우드 교수와 콜로라도대의 카우식 자야람 교수 연구진은 지난 3일(현지 시각) 온라인 행사로 진행된 ‘국제 로봇공학과 자동화 콘퍼런스(ICRA 2020)’에서 동전만 한 크기의 네 발 로봇 ‘HAMR Jr(주니어)’를 발표했다.

HAMR은 ‘하버드 보행 마이크로로봇’의 영문 약자로 이번 주니어 버전은 몸길이가 22.5㎜이다. 네 발을 움직여 1초에 자기 몸길이의 13.9배를 갈 수 있다. 세렝게티 초원에서 치타는 1초에 몸길이 16배를 달린다. 로봇을 키 170㎝ 사람으로 치면 시속 85㎞로 달릴 수 있는 셈이다. 전후좌우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으며 도약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앞서 바퀴벌레를 모방해 HAMR 로봇을 개발했는데 이번 주니어는 이전 로봇의 절반 크기이다. 미국 1센트짜리 동전만 하다. 무게는 0.3g으로 2.5g의 1센트 동전보다 훨씬 가볍다.

◇종이접기 원리로 입체 로봇 만들어

1초에 몸길이 14배를 달리는 바퀴벌레 로봇. 치타가 1초에 몸길이 16배를 달리는 것에 비교할 만 하다.

자야람 교수는 “이 정도 크기 로봇은 대부분 기능이 단순하고 기본적인 동작만 가능하다”며 “이번에 크기를 줄인다고 기동성까지 손상할 필요가 없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자야람 교수는 하버드 공대와 위스 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이 로봇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바퀴벌레 로봇 개발에 일종의 종이접기 원리를 이용했다.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을 이용해 탄소섬유 복합재 평면에 전자회로를 인쇄한 다음, 종이 비행기를 접듯 서로 접고 이어붙여 입체를 만들었다. 동화책을 펼치면 접혀 있던 백설공주의 성이 튀어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로봇의 동력은 압전(壓電) 액추에이터를 썼다. 일반 모터는 이 정도 크기로 줄이면 과열되기 십상이다. 압전 액추에이터는 전류를 흘리면 형태가 바뀌고, 반대로 형태를 바꾸면 전류가 발생하는 압전 소자를 이용한다.

로버트 우드 교수는 “이번 로봇은 접기 기반의 조립 접근법으로 복잡한 로봇의 크기를 줄일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나 실용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자야람 교수는 “바퀴벌레를 모방한 초소형 로봇은 나중에 항공기나 우주선에서 사람이 가기 어려운 곳을 점검하거나 환자의 몸을 수술하는 데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실험실을 벗어나 곤충처럼 일상에서 돌아다니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바퀴벌레와 같이 있는 HAMR-Jr 로봇. 바퀴벌레의 민첩한 이동능력을 모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