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에 북한으로 납치돼 일본 납북 피해자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요코타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타 시게루(橫田滋·87)씨가 결국 딸을 만나지 못하고 5일 세상을 떠났다고 NHK가 보도했다. NHK에 따르면 요코타씨는 재작년 4월부터 가와사키의 한 병원에 입원해 생활하다 이날 오후 3시쯤 노환으로 사망했다.

1977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메구미는 방과후 베드민턴 연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길에 실종됐다. 이후 행방을 알 수 없었지만 20년 뒤인 1997년 망명한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메구미가 북한에 납치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요코타씨는 납치 피해자 가족회를 결성해 피해자 구출을 위해 힘썼다. 아내 요코타 사키에씨와 함께 일본 전역을 돌며 딸의 구출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다. 납치 피해자를 위한 강연도 1400회 이상 열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 측은 메구미의 납치를 인정하면서도 "이미 사망했다"고 했다. 하지만 북측에서 메구미의 것이라고 보내온 유골에서는 다른 사람의 DNA가 검출됐다. 이후 일본 정부와 메구미의 가족은 북한 측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면서 메구미의 생존을 전제로 한 송환을 요구해 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요코타씨의 부고가 전해진 뒤 "전력을 다해왔지만 (메구미의 귀환을) 실현하지 못해 애끊는 심정"이라며 "정말로 죄송하다"고 했다. 자민당 납치문제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야마타니 에리코 전 납치문제담당상은 NHK에 "(요코타씨는) 병실을 메구미 사진으로 장식해 놓고서는 꼭 만나겠다는 마음을 놓지 않았다"며 "메구미를 하루빨리 일본으로 데려오겠다는 마음을 더 굳게 하고 최선을 다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납북 피해자는 17명이다. 이 중 고이즈미 방북 후에 귀국한 5명을 제외한 12명이 공식적으로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