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흥덕구 산업단지에 위치한 지상 2층, 1만6000㎡ 규모의 'SPC프레시푸드 팩토리'. 2017년 문을 연 이곳에서는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양상추·로메인 등 가공 채소와 함께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편의점과 대형 마트 등에 납품되는 SPC삼립의 완제품 샐러드가 만들어진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가공 채소만 한 달 평균 약 800t. 올 들어선 샐러드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장이 더욱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올 1분기 SPC삼립의 신선 식품 매출은 20% 이상 성장했고, 공장 준공 3년 만에 첫 흑자를 냈다. SPC그룹 관계자는 "샐러드와 함께 소스류, 과일 주스 수요도 덩달아 늘면서 처음 200여 종에 불과했던 생산 품목 수가 350여 종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탄력받는 샐러드 시장

사이드 메뉴나 다이어트 음식 정도로 여겨졌던 샐러드가 최근 건강한 한 끼로 떠오르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혼밥족(族)과 '확찐자(확 살이 찐 사람)'들이 간단한 한 끼를 찾으면서 샐러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새벽 배송 온라인몰과 편의점에서는 다양한 샐러드가 인기 메뉴로 자리 잡았고, 식품 회사들은 앞다퉈 샐러드 전문 브랜드와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지난달 문을 연 샐러드 전문점 ‘피그인더가든’에서 점심시간 손님들이 샐러드를 주문하고 있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는 샐러드 전문 식당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지난달 1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문을 연 '크리스피 프레쉬'는 동원그룹의 식품 자회사인 동원홈푸드가 처음 선보인 프리미엄 샐러드 카페다. 참치, 연어, 아보카도, 육류, 리코타 치즈 등을 곁들인 샐러드 15종을 판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평일 점심시간에는 2030 젊은 층 손님들로 50여 석의 자리가 만석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 매장을 두 곳 정도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샐러드 전문점인 '피그인더가든'을 운영 중인 SPC그룹은 지난달 20일 문을 연 코엑스몰점을 포함해 매장을 총 4곳으로 확대했다. 서울 여의도, 강남역, 경기 성남 판교 등 모두 젊은 유동 인구와 직장인이 많은 지역이다. SPC그룹에 따르면, 올 1분기 대표 인기 메뉴인 연어포케, 파워볼 등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5~30% 증가했다.

◇편의점 샐러드 종류만 37가지

'편샐족(편의점에서 샐러드 사 먹는 사람들)'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편의점에서도 샐러드는 인기다. GS25에 따르면, 지난 2~5월 샐러드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35% 증가했다. 현재 판매 중인 샐러드 상품 수도 37종으로, 지난해보다 16종 늘어났다.

온라인몰과 정기 배송 서비스를 통해 샐러드를 배달시켜 먹는 이들도 증가세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3월 '잇츠온 그린키트' 4종을 추가로 선보여 온라인몰 판매 샐러드 품목이 8개로 늘었다. 현대그린푸드의 온라인몰 등에서 판매하는 건강 식단 브랜드 '그리팅'의 경우 샐러드 12종이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샐러드를 접하고 먹는 방식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엔 쇼핑몰, 지하철 역사 등 곳곳에서 샐러드를 사 먹을 수 있는 '샐러드 자판기'가 생겨나고 있다. 베이커리 '파리바게뜨'는 채소와 드레싱을 각각 골라 조합해 먹을 수 있는 '픽 마이 밸런스(Pick my Balance)'를 판매한다고 4일 밝혔다. 이미 만들어져 팩에 담긴 샐러드가 아니라, 파우치에 담긴 채소 샐러드 2종과 드레싱 5종류를 각각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즉석 섭취용 과일·채소 시장은 올해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시장은 2010년 이후 연평균 20%씩 성장해왔고, 지난해에는 9364억원 규모였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혼자 간단히 식사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이런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샐러드 시장을 더욱 키우고 있다"며 "앞으로도 샐러드 시장은 더 다양화하면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