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주가는 65만원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2016년11월 상장한 이후 사상 최고가입니다. 상장 후 3년 반 만에 시가 총액 43조원으로 코스피 3위 회사가 됐습니다. 같은 날 검찰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여기서도 핵심 회사는 삼바입니다. 삼바 분식회계, 삼성물산 합병이슈 논란의 시작은 바로 삼바의 가치가 얼마쯤 될까에 대한 평가 차이에서 비롯됐기 때문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추이

2015년5월26일 아침,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의결했습니다.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1대 0.35. 당시 제일모직의 자산은 삼성물산의 3분의1, 매출은 5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 보다 3배 가까이 높아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이 자동적으로 산정되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은 1대 0.35로 정해진 것입니다.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공개적으로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자산과 매출 측면에서 제일모직보다 더 큰 기업인 삼성물산이 주식시장에서는 제일모직의 3분의 1 정도밖에 평가를 받지 못한 ‘합병비율’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급기야 의혹은 ‘승계를 위한 합병이었다’→‘합병 비율을 이 부회장 등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제일모직 가치가 높아야한다. 그래서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바 가치를 부풀렸다’→‘따라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부당하다’까지 비약했습니다.

당시 삼바 매출은 670억원에 불과해 삼바 가치를 적어도 8조원대 이상이 될 것으로 분석한 것을 ‘부풀리기’라고 간주했습니다. 이 때문에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도 했죠. 지금 삼바 시가총액은 당초 예상보다도 크게 늘어 현대차(23조원)와 LG전자(10조원) 합친 것보다 더 많습니다. 지난해 삼바의 매출은 7016억원으로 현대차(106조원) 등에 비할 바는 안됩니다. 주가라는 것이 주주들이 ‘현재’보다 ‘미래’를 보고 가치를 매기기 때문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한 직원이 제조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인수합병은 최고경영진이 결단하는 문제로 철저하게 경영판단 영역입니다. 우리는 인수합병 시점을 잘못 잡아서 회사가 망한 사례들을 여럿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회사를 망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삼성 수뇌부가 검찰 등의 생각처럼 주가를 쉽게 좌지우지할 수 있고, 주가 흐름을 잘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삼바 주식이 최고가가 됐을 때 합병을 추진하지 않았을까요. ‘삼바 가치를 부풀린 사기 합병’이라는 논리에 “삼바가 기가 막혀”라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