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하면서 내세운 핵심 사유는 '강제적 당론(黨論)'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 전 의원이 작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표결 때 민주당의 '찬성' 당론과 달리 기권표를 던진 것이 당 기율을 어긴 것이란 주장이다. 이해찬 대표도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강제적 당론을 안 지켰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 강제적 당론의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강제적 당론'은 법적 개념은 아니다. 당의 입장이나 방침을 의미하는 당론은 통상 당 지도부가 가닥을 잡은 뒤 의원총회를 열어 결의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론을 따르지 않을 경우 정당의 기율 위반 문제가 될 수는 있다. 민주당은 당규에 당원들의 의무 중 하나로 '당헌·당규를 준수하고 당론과 당명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당론을 위반하면 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3일 당 비공개 회의에서 "당론에 따르지 않은 의원에게 의원직을 박탈할 수는 없으나 당이 징계할 수는 있다고 본 헌법재판소 판례가 있다"며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 조치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3년 헌재가 김홍신 전 의원이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던 건강보험 재정분리에 반대하다 강제 사보임된 것에 대해 내린 판례를 든 것이다. 그러자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 사례는 국회법에 따라 자유투표를 보장받아야 하는 금 전 의원 사례와는 다르다"고 맞서며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 전 의원 경우처럼 국회 표결과 관련된 당론이 의원의 투표를 강제할 수 있느냐가 문제란 것이다. 헌법 46조 제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에도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 때문에 '강제적 당론'이란 이름 아래 의원의 표결을 속박하는 것은 위법이며 비(非)민주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금 전 의원 징계에 대해 "자유투표를 보장하는 헌법과 국회법, 정당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외국에서도 자유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치고 '강제적 당론' 위반을 이유로 의원을 징계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정당학회장을 지낸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에 비해 정당 기율이 센 경향이 있다"며 "미국의 경우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의원이 서로 상대 당 법안을 지지하는 '크로스보팅'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른 징계도 없다"고 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미국에는 '당론'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금 전 의원 징계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비주류를 향해 양심에 따른 자유투표를 독려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강제 당론을 지양한다'는 내용이 담긴 새정치공동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