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한 데 대한 역풍이 일고 있다. 당사자인 금 전 의원이 재심을 청구하면서 강력반발하자,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전체주의식 인식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당 주류에 맞서 소신발언을 해왔던 김해영 최고위원은 3일 당 회의에서 "국회의원의 직무상 투표 행위를 징계하는 것은 헌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는 개인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당민주주의 하에서 국회의원의 양심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대단히 중요한 헌법 문제"라고 했다. 국회의원이 소신에 따라 표결한 것을 당에서 징계하는 행위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당론을 지켜야 하는 건 맞지만, 일부 당원이 당론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할 경우 다 윤리심판원에 보낼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를 얘기해봐야 한다"고 했다. 금 전 의원과 함께 공수처 반대파였던 조응천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국회의원이 자기 소신을 가지고 판단한 걸 가지고 징계를 한다는 건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민주당 김해영 전 의원, 박용진 의원, 조응천 의원

야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금 전 의원을 징계했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조국과 윤미향을 두둔한 민주당이 통과가 확실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에 소신에 따라 기권했다는 이유로 징계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거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민주'가 없다는 말이 사실이었다"며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는 양심에 대한 징계이자 국민에 대한 징계"라고 썼다. 또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민주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계속 민주당으로 불리기를 바란다면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원 지사는 "저도 당론과 다른 소신 발언을 했다가 출당 위협을 받았고, 사학법 투쟁 당시 박근혜 대표의 투쟁 방식을 비판했다가 집중포화를 맞았다"며 "당시 저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썼지만 그때 느꼈던 외로움을 아직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정치는 권력을 비판하는 용기와 지지자들에게 욕먹을 용기로 하는 것으로 금 전 의원 같은 분이 있기에 오늘의 민주당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도 "막가파식 전횡"이라며 강도높게 민주당을 비판했다. 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용수 할머니를 모독하고 금태섭 의원을 징계하는 민주당 행태는 점점 괴물을 닮아가고 있다"며 "민주당의 징계는 국회의원의 자유튜표를 보장한 '국회법' 위반이자 민주주의 부정"이라고 썼다. 이어 "금태섭 징계는 당내 윤미향 비판하는 사람은 금태섭 꼴 된다는 협박이기도 하다"고도 했다.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은 라디오에서 "금 전 의원은 그동안의 소신 행보가 공천 탈락으로 어느 정도 당원들에게 심판을 받은 측면이 있다"며 "정치적 부관참시(剖棺斬屍⋅죽은 뒤 죄가 드러난 사람의 사체에 극형을 추시하는 일) 같은 결정을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징계불복하는 금 전 의원을 몰아붙이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겨냥해 "자유주의가 아니라 전체주의 정당에 가깝다. 저렇게 망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보수에 한 가지 남은 희망이 있다면, 민주당이 급속히 퇴행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저거(민주당), 공당이 아니라 운동권 조직으로 그냥 이권으로 뭉친 기득권 커넥션이 되어 버렸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공수처 법안에 기권한 금 전 의원에 ‘경고’처분을 내렸다. 공수처 법안 찬성이라는 당론을 무시하고 금 전 위원이 지난해 12월 공수처 법안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진 것은 당규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의원의 소신을 징계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 당론 어겼는데 아무 것도 (징계)안 하면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