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각국 정부는 시장에 돈을 쏟아부었다. 최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75%에서 역대 최저인 0.5%로 끌어내렸다. 본격적인 '제로금리' 시대가 눈앞이다. 현재 국내 은행의 정기 예금 주력 상품 금리는 1%에도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은퇴를 앞둔 이들은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 다른 금융 상품에 비해 고정적인 수입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분양형 호텔도 그중 하나다. 최근 명동·강남 등 번화가를 지나다 보면 분양형 호텔에 대한 현수막을 흔히 볼 수 있다. 분양형 호텔 모델하우스를 홍보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다. '수익 보장' '고수익' 등 현란한 광고 문구를 내세운 현수막·전단은 물론, TV 홈쇼핑까지 동원된다. 과연 분양형 호텔이 은퇴를 앞둔 이들이 노후 생활을 의존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저금리 시대 노후 수단? 과잉 공급 몸살

분양형 호텔은 시행사가 투자자에게 객실 단위로 선(先)분양을 해 투자금을 모은 뒤 이 돈으로 호텔을 짓고, 향후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투자 상품이다.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신라호텔·롯데호텔 등 일반 호텔과 달리, 모텔·여관 등 일반 숙박시설처럼 공중위생관리법이 적용된다. 그래서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게 가능하다.

오피스텔·상가 등 기존 수익형 부동산 상품과 비교할 때 장점도 있다. 분양형 호텔은 전문 운영사가 운영을 맡는다. 투자자가 직접 임대 관리를 하는 등 번거로움 없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객실별로 소유권을 부여하는 형태로 개인 간 매매가 가능해 투자자 인기를 끌기도 했다.

분양형 호텔은 2013년 이후 분양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국내 관광숙박시설 수요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양형 호텔의 장점보다는 문제점이 많이 부각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정부에서는 숙박 시설을 늘리려고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2014~15년 제주도를 중심으로 분양형 호텔이 대거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숙박 시설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공급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객실 공급 과잉으로 객실 가동률이 떨어졌고 이에 연동된 분양형 호텔 수익률도 악화됐다. 그래서 투자자와 운영사 간 다툼이 늘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관광객까지 감소하면서 다툼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가 직접 관리할 수 없다는 상품의 특성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처음 분양할 때 홍보한 것처럼 운영이 잘되고 수익이 나오더라도, 분양사나 운영사가 운영비·수익금 등을 임의로 조정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치는 사례가 나오는 것이다. 높은 수익률에 혹해서 분양 계약을 맺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따라서 분양형 호텔에 투자하려는 이들은 명확한 전략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근거 없는 고수익 홍보에 유의해야

우선 근거 없는 고수익을 앞세워 홍보하는 데 유의해야 한다. 상당수 분양형 호텔은 일정 기간에 10% 이상 수익률을 보증한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현실은 5%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객실 가동률이 떨어지면 실제 수익률은 더 밑돌 수 있다.

시행사·운영사의 운영 능력이나 재무 상황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운영사가 호텔 경영에 대해 제대로 된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곳이면 운영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기업 책임준공'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시공 이후 운영 상황을 예상하고 계약해야 한다. 또한 '수익률 보장' 같은 문구가 계약서에 들어 있더라도, 사업자가 부도날 경우 확정수익률을 지키는 건 불가능하다.

구분 등기가 가능한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구분 등기는 오피스텔처럼 객실 하나하나에 등기를 내는 방식이다. 반면 지분 등기는 등기를 하나로 내되 투자자들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구분 등기 시에는 분양받은 객실을 사고팔거나 이를 담보로 대출이 가능하지만, 지분 등기 시에는 이 같은 재산권 행사가 어려울 수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돈을 벌기 위한 첫째 원칙은 절대 돈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 향후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 사태 영향 등으로 지속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은퇴 후 안정적 생활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기본 원칙을 철저히 지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