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금태섭(왼쪽) 전 의원과 조응천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반대했던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한 것을 두고 2일 당내에서 “부적절하다”는 반발이 나왔다. 본회의장에서 나온 국회의원의 소신을 징계한 것은 국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금 전 의원은 징계결과에 불복, 이르면 이날 중으로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원장 임채균)은 앞선 25일 회의를 열고 금 전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당시 권리당원들은 금 전 의원이 작년 12월 공수처 법안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졌던 것을 문제 삼고 “금태섭을 제명하라”고 주장했었다. 이들은 “금태섭은 있을 수 없는 해당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당론에 따르는 것이 국회의원의 의무인데 이를 무참히 거부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심판결정문에서 금 전 의원을 ‘징계혐의자’로 규정하고 “공수처 법안 찬성은 우리 당의 당론이었다”며 “금 전 의원이 소신을 이유로 표결 당시 기권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당규 ‘제7호 14조’에 따라 ‘당론 위배 행위’로 보고 징계한다”고 했다. 당시 금 전 의원은 심판원에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 같으면 찬성표를 던지고, 무리 없이 통과할 것 같으면 기권을 하겠다’라고 미리 원내지도부에 알렸다”는 취지로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금 전 의원을 징계하면서 “금 전 의원의 기권표가 공수처 법안 통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 적극적 반대 의사가 아니라 소극적 반대 의사인 ‘기권’을 하였다는 점 등이 징계를 정함에 있어 참작돼야 할 것”이라며 ‘경고’로 수위를 조정했다.

민주당 당규상 징계는 제명(당적 박탈), 당원 자격정지, 경고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경고는 서면 또는 구두로 주의를 주는 것이다. 금 전 의원 측은 “본회의 표결을 이유로 국회의원이 징계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라며 “당규에 규정된 ‘당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의 사유’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도 공개적인 반발이 제기됐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의원이 자기 소신을 가지고 판단한 걸 가지고 징계를 한다는 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법에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라는 자유투표 조항이 살아 있다”며 “(공수처 설치법에 기권한)금 전 의원은 이미 경선에서 낙천하는 어마어마한 책임을 졌는데 그 이상 어떻게 책임질 수 있나”고 했다. 또 “당헌이 고도의 자체적 결사체이기 때문에 당 안에서는 통용이 될지 모르겠지만 국회법 정신에 비춰보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조 의원은 금 전 의원과 함께 당시 공수처법에 반대했지만, 지난해 12월 법안 표결 때는 이해찬 대표의 강력한 설득으로 인해 찬성표를 던졌다. 조 의원이 금 전 의원 처럼 당시 반대표를 던졌으면 이번에 징계를 받을 뻔 했다는 얘기도 나오는 형편이다.

실제 금 전 의원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친문(親文) 의원과 지지자들의 공격에 시달렸다. 이른바 ‘조국 사태’ 때 민주당에서 거의 유일하게 조 전 장관에 대해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언행 불일치를 보여왔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 발언이 있은 직후 친문 네티즌들은 그를 향해 1000건이 넘는 ‘문자·전화 폭탄’을 쏟아냈다. 결국 금 전 의원은 친문 극성 지지자들의 비판을 받다 4·15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강서갑 경선에서 탈락했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금 전 의원을 징계한 것은 21대 국회 당선자들을 향한 경고로 보인다”며 “앞으로 의원 177명 중 누가 소신 있는 발언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