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코로나19가 빈부 격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요즘 부자들은 혼잡한 도심을 떠나 한적한 시골 별장으로 피접을 간다. 아예 요트를 타고 육지를 떠나거나 무인도를 통째로 빌리는 부자도 있단다. 그러나 이는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스스로를 고립시킨 후 평소 안 하던 집안일을 직접 하지 않는 한 시중들 사람들은 여전히 드나들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쥐나 공기가 아니라 사람이 옮긴다. 게다가 최고의 병원은 무인도가 아니라 도심 한복판에 있다.

코로나19가 빈부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부자들 대부분이 훨씬 더 큰 부를 축적하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극심한 빈곤의 수렁으로 빠져든다. 그러나 나만 풍족하고 안전하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사회적 약자들도 질병의 위험에서 벗어나야 우리 모두의 삶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방역을 잘했다고 평가받던 싱가포르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다시 무너졌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함께 가야 한다고 가르친다. 경제학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1776)이 아니라 그보다 17년 전에 출간된 '도덕감정론'(1759)에서 출발했더라면 자본주의는 지금보다 훨씬 따뜻할 것이다. 2012년에는 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그리고 얼마 전에는 새뮤얼 보울스의 '도덕경제학'이 번역돼 나왔다. 그동안 시장이 무자비하게 밀어낸 도덕을 이제 경제학이 되찾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보울스 교수가 6월 3일 서울시가 주최하는 ‘CAC 글로벌 서밋 2020’에서 팬데믹과 기후 위기 상황에서 도덕경제학의 중요성에 대해 온라인 강의를 한다. 인간의 모든 행위에 가격을 매기는 ‘야수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도덕적 무관심과 이기심이 점점 더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선한 시민이 선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라고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