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1983년 ‘우주로부터의 귀환’을 썼다. 실제 우주를 다녀온 12명을 인터뷰했다. 우주 체험이 인생을 180도 바꿔놓은 경우가 많았다. 무신론자가 하느님의 존재를 증언하기도 하고, 정신적 충격으로 치료를 받기도 하고, 정치인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작가는 “지구를 떠나보지 않으면 우리가 지구에서 가진 것을 깨닫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구를 떠나는 일은 엘리트 조종사와 과학자 같은 선택된 소수에게만 허용됐다. 천문학적 비용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 로켓 모델 하나 개발하는 데 몇 조 원을 쓴다고 한다. 실패하면 날리는 돈이다.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인터넷 송금 업체 주식을 처분한 돈 1800억원으로 민간 우주선 개발 업체 '스페이스X'를 창업했을 때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 기술보다 자금 조달이 불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머스크는 혁신적 설계와 로켓 재활용으로 발사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이는 계획을 세웠다. 추력이 작은 엔진을 만들고 이것을 여러 개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로 우주 로켓을 제작했다. NASA는 추력 500t짜리 로켓 개발에 4조5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지만 머스크는 3700억원으로 성공했다.

▶머스크가 구상한 로켓 개발의 일등 공신은 톰 뮐러다. 벌목 트럭 운전기사의 아들인 그는 벌목 기계와 아버지 트럭을 수리하며 공대 학비를 벌었다. 덕분에 금속 가공과 용접에 익숙해졌다. 항공우주업체에 취직한 뒤 주말이면 로켓 마니아 회원들과 모하비 사막으로 몰려가 직접 만든 소형 로켓을 발사했다. 그 소문을 들은 머스크가 뮐러를 만나 '큰 놈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창업 6년 만에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가 민간 기업 최초로 우주 비행사 2명을 로켓에 태워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번 비행사는 NASA 소속이지만 스페이스X는 내년 말까지 일반 관광객 4명을 우주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1인당 비용은 수억 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머스크와 민간 우주선 경쟁을 벌이는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도 지구 상공 100㎞ 체험에 1인당 2억~3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민간 우주선을 타겠다고 줄을 선 사람이 이미 1000명에 육박한다.

▶2001년 미국 억만장자가 8일짜리 우주 관광에 지불한 돈은 250억원이었다. 20년 새 가격이 100분의 1로 떨어졌다. 민간 항공기도 2차 대전 전에는 너무 비싸 일부만 이용했다. 우주선을 비행기처럼 타는 시대가 올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