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해보지 못한 기록이라 아직 실감은 안 나요. 그래도 지난 일인데 신경 안 쓰고 오늘 경기에 집중해야죠. 전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키움의 김혜성이 지난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뒤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31일 오후 KT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키움의 김혜성(21)은 하루 전 달성했던 대기록의 순간을 떠올리다가도 마음을 다잡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발그스레 상기된 그의 얼굴에선 얼떨떨함이 중간중간 묻어났다. 대기록의 여운은 하루가 지나도 계속 남아 있었다.

김혜성은 지난 30일 KT와의 홈경기에서 한국프로야구 역대 26번째 ‘사이클링 히트’(Hit for the Cycle·한 경기에서 단타·2루타·3루타·홈런을 모두 치는 것)를 달성했다. 이날 7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혜성은 2회 말 첫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4회 말 우월 솔로 홈런, 5회 말 좌전 안타, 6회 말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치더니 8회 말 우중간 3루타로 대기록을 완성했다. 올 시즌 첫 사이클링 히트이자 키움 구단으로선 2017년 서건창(31)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김혜성은 “마지막 타석에 섰을 때 사이클링 히트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긴 했지만 의식하면 못칠 것 같아서 신경 쓰지 않았다”며 “친구들이 문자를 보내는 등 주변에서 축하를 많이 받았다. 특히 어머니가 많이 좋아하셨다”고 했다.

지난 30일 김혜성이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자 포수 박동원(30)이 유독 좋아하는 장면이 잡혔다. 김혜성은 “평소 동원이형랑 밥 같이 먹을 때 야구 얘기를 많이 한다. 타격 조언도 많이 해주고 잘 치면 기뻐해 준다”고 말했다.

김혜성은 지난 시즌 122경기게 출전해 타율 0.276, 96안타를 기록했다. 최근 세 경기에선 안타를 쳤지만, 그 이전 다섯 경기 연속 무안타를 기록하는 등 올 시즌 초반 타율 0.250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김혜성은 “시즌 전에는 몸 상태가 좋았는데 막상 시즌이 시작되니 안 좋은 것 같다. 다시 집중해서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못 했을 때 자책이 심한 편인데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김혜성이 3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T와의 경기에 앞서 지난 30일 사이클링 히트 기록 당시 마지막 타석에서 3루타를 쳤던 공을 들고 기념 촬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