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고 있다.

미국이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철폐하기로 하자 중국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은 ‘일국양제’ 원칙을 ‘일국일제’로 대체했다”며 “홍콩에 제공해온 특별대우를 박탈하는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에 따라 1997년 영국이 중국에 반환한 이후에도 홍콩을 중국 본토와 분리해 금융·무역 등에 특별한 지위를 보장해왔는데 이를 박탈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 “코로나 대응 실패한 미국 정부의 뒤집어씌우기”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30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모하고 제멋대로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 지위를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이번 발표는 중국을 겨냥한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대유행) 대응에 실패한 미국 정부가 이를 중국 탓으로 돌리려는 전술의 하나”라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10분가량 이어진 연설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27일 의회에 “홍콩은 고도의 자치권이 없다”고 보고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롯해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 홍콩 재무 “모든 시나리오 준비…두렵지 않아”

이 매체는 “트럼프 행정부의 어떤 위협에도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전했다. 폴 챈 홍콩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한 시간 전 글로벌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준비해왔다”며 “홍콩 경제를 좌우하는 건 서비스 섹터이기 때문에 특별 지위 박탈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부과는 홍콩 제조업의 2% 미만, 전체 수출의 1% 미만에 그치는 미국으로의 수출 물량에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챈 장관은 “홍콩의 금융 시장은 많은 일을 거쳐왔기 때문에 어떤 도전도 이겨낼 자신감과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전(全) 국가적 지원 아래 우리는 두려워할 게 없다”고 말했다.

29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기자 회견을 갖는 장면이 모니터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 中 전문가 “손해 보는 건 미국”

글로벌타임스는 오히려 이번 조치로 미국이 손해를 볼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라우 시우카이 홍콩마카오연구학회 부회장은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비싸고 보상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특별지위 박탈은 오히려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은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미국이 도시의 미래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능력은 없다”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세계 경제 발전에서 상승 축을 담당하고,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주요한 역할을 계속하는 한 미국의 제재가 끼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에도 글로벌 인재와 자본은 여전히 홍콩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것이다.

량하이밍 중국실크로드연구원 원장도 “미국이 홍콩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 홍콩에 주재하는 미국 기업을 비롯해 서방 기업들이 홍콩 시장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 대가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량 원장은 “새 법이 홍콩의 정치적 불안을 제거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은 홍콩에 더 매력을 느끼고 투자에 자신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