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29일 '한밤 기습 수송작전'을 통해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에 있던 노후 미사일과 장비 등을 교체한 데 대해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 사드 문제가 다시 한·미·중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국방부는 홍콩 국가보안법 등으로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여러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 이번 조치에 대해 자세히 사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우리의 방어 시스템이다. 굳이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외교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측의 설명에 대해 중국 측은 크게 반발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찰 엄호속 성주 사드기지로 들어가는 미군 트럭 - 29일 오전 장비를 실은 주한미군 차량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있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로 들어가고 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이날 노후 장비 교체를 위한 육로 수송 작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정부 생각과 달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말고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방해하지 말라"고도 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에 이어 사드가 미·중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는 악재로 등장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번에 요격미사일을 기존에 있던 미사일과 같은 종류로 동일한 수량만큼 교체했다고 밝혔다. 이스칸데르 등 북한 신형 미사일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에 대한 견제 강화를 위해 사드 성능 개량 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국방부는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사드 레이더는 추가 반입되지 않았다며 "성능 개량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방부는 이날 "전날 밤부터 29일 오전까지 주한미군의 성주기지 교체 장비 반입 등을 위한 육로 수송을 지원했다"며 "성주기지에서 근무하는 한·미 장병들의 매우 열악한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일부 노후화한 장비 교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교체된 장비는 노후화한 발전기와 데이터 수집을 위한 전자장비, 운용 시한이 넘은 일부 요격미사일 등이다.

현재 성주기지에는 최대 8발의 요격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이동식 발사대 6기가 배치돼 있다. 국방부는 교체된 미사일 수량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교체 작업은 미국이 사드 미사일 원격 발사 등을 추진 중인 와중에 이뤄졌다. 미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은 올해 초 사드 발사대 성능 개량을 언급하면서 주한미군의 사드 운용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임을 시사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사드 발사대와 포대를 분리해서 운용하게 되면 (미사일) 커버 범위를 더 늘릴 수 있고 한국을 더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은 내년 예산에 7곳의 사드 포대 및 훈련 장비를 개선하는 데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미측으로부터 이번 교체가 성능 개량과는 무관함을 확인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홍콩보안법 갈등 및 코로나 사태 국면에서 교체 작업을 강행한 배경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미측은 올해 초부터 노후 장비 교체 등을 위해 늦어도 6월 초까지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히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 강화 포석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국방부는 장비가 노후화하고 사드 기지 내 장병들의 생활환경도 열악해 작업을 늦출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군 안팎에선 현재 지지부진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빨리 진행해 사드를 정식 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날 장비 반입 과정에서 주민과 경찰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성주사드저지투쟁위원회는 "할머니 2명을 포함한 여성 4명이 허리와 팔을 다쳐 구급차로 이송됐고, 남성 1명은 응급실로 옮겨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