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의 29일 국회 기자회견은 이날 아침에야 정확한 시각과 장소가 알려졌다. 국회사무처는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으로 예정된 기자회견에 앞서 소통관 일대에 포토라인을 설치했다. 국회에 포토라인이 설치된 것은 지난해 9월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기자 간담회 형식으로 이른바 '셀프 인사청문회'를 진행했을 때 이후 처음이었다. 국내 언론뿐 아니라 일본 NHK 등 외신도 몰렸다.

오후 2시가 다 되어 모습을 드러낸 윤 당선자는 검은색 정장 차림에 왼쪽 가슴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나비 문양의 배지, 제주 4·3 사건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를 달고 있었다. 회견에서는 20여 분간 A4 용지 32쪽 분량의 입장문을 읽어내려갔다. 발언 중반부터 비오듯 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이따금씩 땀을 손으로 닦아내기도 했다.

입장문 낭독이 끝난 후 윤 당선자는 기자회견장 바깥에서 질의응답을 했다. '의원직을 사퇴하겠느냐' '이용수 할머니의 국회의원 출마를 말린 이유가 무엇이냐'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모금한 이유가 무엇이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고, 윤 당선자는 답변 중간중간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곁에 있던 같은 당 송갑석 대변인은 "윤 당선자가 지금 땀을 굉장히 흘리고 있어서 질문을 계속하기가 힘들 것 같다"며 기자들의 질문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윤 당선자가 질의응답을 마치고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할 때는 이례적으로 국회 경위들이 나서서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지하 주차장 앞에서 일부 기자가 '이용수 할머니가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윤 당선자는 "할머니께 용서를 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당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한다는데 성실하게 응하겠느냐'는 물음엔 답하지 않고 빠져나갔다.

윤 당선자의 기자회견 '택일'을 두고 정치권에선 "국민의 시선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일부러 이날을 고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21대 국회의원 임기 시작 전이어서 '방탄 국회' 논란은 피할 수 있으면서도, 금요일 오후라 뉴스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고 주말 동안 대중의 뇌리에서도 잊히기 쉽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