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서울 강남역 철탑 위에서 300일 넘게 농성을 벌인 해고근로자 김용희(61)씨와 합의에 이르렀다고 29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대(對)국민 사과에서 "그동안 삼성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한 지 23일 만이다.

1982년부터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일한 김씨는 1995년 5월 해고됐다. 김씨는 '경남지역 삼성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회사를 계속 다녔다면 정년이 가까웠을 지난해 6월 강남역 철탑 위로 올라가 355일간 고공 농성을 했다. 김씨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삼성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 명예복직, 해고 기간의 임금을 해결해주지 않는 한 살아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부진했던 삼성과 김씨의 협상은 이 부회장의 사과 이후 급진전했다. 재계에선 "삼성이 노조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삼성이 후진적인 노동운동에 굴복해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