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늦은 저녁 처음 보는 사람들과 앉아 4시간 넘게 ‘행복’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계기가 된 것은 ‘트레바리’라는 독서 토론 모임. 그 모임을 관통한 질문은 바로 “우리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였다. 저마다 다른 책들을 읽고 만났지만 “행복(H)=주어진 생물학적 조건(S)+상황(C)+나의 선택적 행동(V)”이라고 하는 ‘행복의 공식’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긍정심리학 분야의 대가인 마틴 셀리그만이 처음 제안한 이 공식은 그의 동료 심리학자 조너선 헤이트가 쓴 '행복의 가설'(물푸레)이라는 책에도 등장한다. 행복은 타고나는 것일까? 특정한 상황이 우리를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만드는 것일까? 과연 우리는 노력해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미 부처와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그리스의 스토아학파와 인도의 바가바드기타도 이 질문들을 다루었지만 조너선 헤이트 교수는 이 질문들에 담긴 가설들을 현대 심리학의 연구들로 새롭게 조명한다.

왜 어떤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행복이라는 열매를 맛보지만, 다른 이들은 그러지 못하는가? 고대의 성현들은 대부분 행복이란 밖에서 찾아 헤맨다고 얻을 수 없으며, 행복이 우리 안에서 혼자 솟아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헤이트는 현대 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이 또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고 언급한다. 행복은 사람과 사람들이 맺는 관계 안에서 생성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리고 사랑받을 때 행복하며, 나 자신을 위할 때보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나서 더 행복감이 높다.

코끼리에 올라탄 기수는 자신이 코끼리를 조종하고 있다고 믿지만 대부분 코끼리는 자신의 의지로 움직인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스스로의 마음도 비슷하다고 헤이트는 말한다. 우리 모두는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마음은 잘 모르기에, 열쇠는 어두운 다른 곳에 떨어뜨리고 밝은 가로등 아래에서 그것을 열심히 찾고 있는 취객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서는 찾지 못하는 행복이라는 열쇠를 다른 이들과 함께라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