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무총장이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아내라고 한다. 사무총장은 정의연 부실 회계장부 작성과 관리의 실질적 책임자이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폭로 기자회견을 하자 "고령의 심신 취약 상태로 기억이 왜곡된 부분이 많다"고 했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 내 경선을 관리하는 선관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런 정의연 사무총장과 청와대 비서관이 부부 사이라고 해서 정의연 사태를 청와대와 연결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놓고 청와대와 민주당이 정의연과 윤씨를 왜 그렇게 감싸고도는지 이해할 수 있는 한 배경은 될 것이다.

정의연과 전신 정대협 출신 인사들은 여권 곳곳에 포진해 있다. 지은희 전 여성부장관, 이미경 전 민주당 의원, 신미숙 전 청와대비서관 등이 정대협 출신이다. 1990년대 초 시작된 위안부 운동을 발판 삼아 제도 정치권에 진출한 것이다. 윤씨 역시 정의연 활동을 내세워 총선 공천을 받았다. 참여연대 출신들이 현 정권 핵심부 곳곳에 포진한 것에 빗대 정의연은 '여성 참여연대'라는 말이 나온다. 여권에서 활약하는 여성 상당수가 정의연에 직·간접으로 몸담았던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정의연은 위안부 진상 규명과 해결이라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시민 단체다. 국내 현실 정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데 위안부 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왜 현실 정치에 진출하는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나.

위안부 할머니가 "정의연에 30년간 속을 만큼 속고 당할 만큼 당했다"고 절규했지만 민주당 대표는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라고 했다. 때만 되면 위안부 할머니를 앞세워 반일 죽창가를 부르던 청와대는 "청와대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다. 위안부 운동을 빙자해 사익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 청와대와 민주당은 피해자 할머니들 입장에 서서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정반대다. 여권 지지자들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친일파' '토착 왜구'라고 비난한다. 이 이상한 현상의 이유는 정의연이 민주당과 한 몸이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이제 정권엔 위안부 할머니들이 아니라 정의연이 중요한 것이다. 진보학자가 말한 "진보 세력이 국가 권력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집단으로의 변모"가 바로 이 경우다.

이 정부 청와대 수석과 장관급을 지낸 인사들 가운데 시민 단체 출신이 벌써 20명에 가깝다. 청와대 비서관급 10% 이상이 시민 단체 경력자라는 통계도 있었다. 일반 부처와 지자체에 있는 시민 단체 출신은 훨씬 많을 것이다. 시민 단체의 존재 이유는 '비정부기구(NGO)'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비(非)'자가 없어지고 '정부기구(GO)'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