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코로나 치료제 후보로 극찬했지만 유럽 각국에서 금지 결정을 받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유럽 각국 정부가 말라리아 약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에게 처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약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극찬하면서 주문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지만, 결국 부작용 우려가 커지면서 금지되는 운명을 맞은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28일(현지 시각)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을 받아들여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WHO는 지난 25일 이 약의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관련 연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영국 규제 당국도 최근 시작한 임상시험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이 지원해 옥스퍼드대가 수행하는 해당 연구는 의료 종사자 4만명이 참여하게 되는 대규모 연구다. 당국은 로이터에 보낸 서한에서 “조사원들이 추가적인 위험을 평가하는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모든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임상시험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는 가운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일부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나오며 각국에서 치료제 후보로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약을 ‘게임체인저’라고 부른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코로나 예방을 위해 매일 한 알씩 먹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부작용으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면서 우려가 커졌다.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은 지난 22일 이 약을 복용한 환자의 사망 확률이 높아졌고, 부정맥도 심해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프랑스 보건부는 27일 코로나 환자에 이 약을 처방하도록 허용한 두 달 전 결정을 취소하고, 이 약이 병원 임상 시험 외의 목적으로 코로나 환자에게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벨기에 규제 당국도 약의 성분에 대한 실험도 잠재적인 위험을 고려하라고 당부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이 약이 코로나에 거의 효과가 없다면서 임상시험 외 목적으로 처방을 금지했다.

다만 독일 규제 당국 관계자는 “랜싯의 연구 결과와 WHO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새로운 조치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