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법무부가 홍관표 전남대 교수를 인권국장 후보에서 탈락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시민단체 주장이 허위로 드러났다. 정부의 인사(人事)가 시민단체의 검증 안 된 주장에 휘둘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은 청와대 앞에서 법무부 인권국장 후보였던 홍 교수 임명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에는 민중당, 민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단체는 홍 교수가 2009년 11월 유엔사회권규약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용산 참사 희생자는 주거 세입자가 아닌 상인 세입자이기 때문에 강제 철거 피해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홍 교수는 법무부 인권정책과 서기관이었다. 그러나 본지가 유엔사회권규약위원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그 발언은 다른 법무부 직원이 한 것이었다.

이 단체는 또 2009년 북한 찬양 등이 포함된 책 23권을 국방부가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것에 항의하다 파면된 군법무관 관련 사안에 대해 홍 교수가 "사회권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국방부를 옹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 홍 교수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다른 법무부 직원이 전혀 다른 사안에 대해 비슷한 답변을 했다.

이 단체의 성명이 나온 지 한 달 뒤인 지난 15일, 법무부는 결국 홍 교수를 포함해 최종 후보에 오른 인사 두 명을 탈락시키고 재공고를 냈다. 당시 법무부는 "시민단체의 비판으로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인권국장은 지난 1월 황희석 전 국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하면서 5개월째 공석이다.

홍 교수는 본지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경쟁 후보자가 있는 상황에서 입장을 내며 싸우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 침묵했다"며 "이명박 정권 때 법무부에서 일했다고 '인권침해 옹호자'라고 공격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홍 교수는 2006년 8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법무부에서 근무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사 절차 중단은 법무장관의 결심 사항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설명할 것이 없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측은 기자회견 이후 발표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을 알았으나 정정 자료를 내지는 않았다. 이 단체는 본지의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