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대전대 교수·한국경찰학회장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못 이겨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비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음성 유서 중 "경비가 억울한 일 안 당하도록 제발 도와달라"는 말은 개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차원을 넘어선다. 경비원 관련 갑질 행위는 사회적·제도적 폭력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경비 업무는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으로 관리 주체가 나뉘어 있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주로 적용되는 '공동주택관리법'에서 경비원은 관리사무소장의 보조원에 불과하다. 방범 교육도 경비 책임자만 받게 되어 있다. '매 맞는 경비원'이 없어지려면 경비원의 권한과 자위권을 보장해야 한다. '경비업법'은 경비원이 근무 중 안전 장비를 휴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호신용 분사기는 분실·관리 부담 등을 이유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분사기는 경비업 허가를 받기 위한 구색 갖추기 용품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에서 경비원이 분사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면 양상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경비 업무는 범죄 예방이라는 공공성 강한 서비스를 민간 신분 경비원이 수행하는 것이다. 범죄 예방은 국가적 책무이고 이를 민간 부문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으므로, 경비원이 제대로 경비할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할 최종 책임은 경찰청 등 정부에 있다. 경비원에 대한 갑질과 폭력은 아파트 주민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 행위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개인 간 폭력 사건으로만 보지 말고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로 아파트 입주자 전체가 실질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건으로 파악해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