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 소설가

당신은 모든 걸 과장하는 경향이 있어요. 적어도 지금 우리가 문제 삼고 있는 자살만 하더라도 당신은 그것을 위대한 행위와 비교하지만, 그건 절대로 옳지 않아요. 뭐니 뭐니 해도 자살이란 결국 나약함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괴로움에 가득 찬 삶을 꿋꿋하게 참고 견디어 나가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쉬우니까요.

ㅡ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에서.

언제부턴가 자살한 유명인에 대한 사회적 추모가 당연해졌다.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병사나 사고사 또는 전사와 달리 자살을 미화하거나 영웅시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해봐야 할 시대의 단면이다.

실연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청년 이야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1774년에 출판되자마자 스물다섯 살의 괴테를 일약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베르테르의 패션 스타일을 따라 하는 것이 당시 유럽 청년들에게 큰 유행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죽음을 모방해서 자살한 사람도 많았다.

괴테는 약혼자가 있는 여성을 좋아했던 자신의 아픈 경험과, 유부녀를 사랑했던 친구의 자살 사건을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샤를로테라는 여인 이름까지 그대로 썼지만 베르테르와 달리 여든세 살, 죽음이 제 발로 찾아올 때까지 괴테는 열정적으로 저술 활동을 펼치며 살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작가의 건강한 신념을 베르테르의 연적이었던 알베르트가 대신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괴테하우스를 돌아본 적 있다. 괴테가 태어나 40대 중반까지 살았던 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세계적 문호라고 해서 왜 슬픔이 없고 절망이 없었을까만, 천명이 다할 때까지 살며 사랑하며 끝없이 썼던 위대한 작가의 손길과 숨결이 배어 있는 공간에서 느끼는 감동은 특별한 것이었다.

소설 속 죽음이 아름답다 해도, 살아생전 굉장한 자취를 남겼다 해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죽을 만큼 힘들어도 절대로 삶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