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장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는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이 할머니는 지난 21일 "배신자(윤미향)와 배신당한 자(이용수)가 한자리에 있어야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다"며 윤 당선자에게 참석을 요구했으나 결국 불발됐다.

이 할머니가 재차 회견을 연 것은 첫 폭로 후 지속적으로 불거진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과 할머니의 기억력을 문제 삼는 일부 세력에 대한 분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할머니의 측근들은 "첫 입장을 밝힐 때만 해도 추가 회견 계획은 없었는데 이후 불거진 상황 때문에 추가 회견이 잡혔다"고 밝혔다. 이날 이 할머니의 뜻을 받아 입장문을 대필한 수양딸 A씨는 "기자회견 이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할머니도 정의연이 이렇게까지 (회계 부정) 한 걸 이번에 처음 알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특히 첫 회견 때 언급한 위안부 인권 운동의 미래에 대한 입장을 재차 피력할 필요성을 할머니가 강하게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 호텔에 마련된 회견장에는 취재진 150여명이 몰렸다. 지난 7일 대구 남구의 찻집에서 열렸던 첫 회견 때 참석자는 10여명이었다. 첫 폭로 이후 정의연과 윤 당선자의 위안부 성금 유용 의혹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참석자가 15배 이상 늘었다. 취재진이 몰려들면서 회견 장소가 두 번이나 변경됐다. 애초 회견은 오후 2시 첫 회견장이던 남구 찻집으로 잡혔다. 그러나 오전 8시 즈음부터 찾아온 기자들이 165㎡(약 50평) 찻집 문밖과 1, 2층복도를 가득 메우고 방송 차량 수십 대가 주차장을 점령했다. 회견 2시간 전인 낮 12시쯤,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도운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찻집 인근 '호텔수성'으로 장소가 바뀌었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이곳도 취재진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와 최종적으로 수성구 인터불고 호텔이 낙점됐다. 이 할머니는 회견에서 "여러 분이 오셨는데 장소가 너무 좁더라"면서 "코로나가 퍼질까 걱정이 돼 여러분을 큰 곳에 모셨다"고 했다.

이날 회견에는 일본 언론도 대거 참석했다. 요미우리·마이니치신문·아사히TV·교도통신 등은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등장할 때부터 밀착 취재에 들어갔다. 질문자는 추첨을 통해 언론사 5곳을 선정했는데 외신 중에는 요미우리신문이 유일하게 뽑혔다. 요미우리 기자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윤미향씨가 다른 할머니들에게 일본 돈을 받지 말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할머니는 "돈이 나왔는지 말았는지 저한테 비밀로 해서 모른다"고 답했다.

이날 할머니 회견의 생중계 시청률은 1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실시간 시청률 조사 회사 ATAM이 서울 수도권 700가구를 대상으로 시청률을 집계한 결과 TV조선·SBS 등 7사가 생중계한 시청률 합이 10.6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