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신을 것인가. 더운 여름이 다가오면 신발장 앞에 선 직장 남성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면 구두 버릴 생각에 출근하기도 전부터 마음이 무거워진다.

캐주얼을 입는 직장이 늘었다지만 운동화나 샌들을 신고 출근할 수 있는 곳은 아직 드물다. 구두를 신어야 한다면 소재라도 계절에 맞게 골라야 한다. 구두 좋아하는 남자들이 여름에 자주 찾는 소재로 스웨이드(suede)가 있다. 기모(起毛·보풀이 일도록 표면을 긁음)한 가죽인 스웨이드는 폭신한 질감 때문에 겨울용으로 생각하기 쉽다. 관리하기 까다로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손질이 편하고 물에도 강해 여름에 제격이다.

일반적인 카프(calf·소가죽) 구두는 솔질해서 먼지를 턴 뒤 크림·왁스를 바르고 여러 번 닦아서 광택을 낸다. 스웨이드는 황동이나 고무로 된 전용 솔로 문질러 주면 집에서 할 수 있는 관리는 끝이다. 뻣뻣한 솔이 스웨이드의 보풀 틈에 낀 이물질을 제거해 준다. 보풀을 가지런하게 정리해 주는 효과도 있다.

구두에 뿌리는 방수 스프레이의 효과를 극대화해 준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구두 브랜드 버윅코리아 김지성 대리는 "방수 스프레이는 일반 구두에도 사용할 수 있지만, 매끈한 가죽보다는 거친 스웨이드에 뿌렸을 때 코팅이 더 잘 밀착되고 방수 효과도 높아진다"고 했다. 스프레이를 뿌린 스웨이드 구두에 물을 떨어뜨리면 스며들지 않고 우산처럼 동그랗게 물방울이 맺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비 오는 날 신으려면 구두창은 가죽보다는 고무가 낫다. 가죽창은 흠뻑 젖으면 손상될 수 있고 무엇보다 상당히 미끄럽다.

스웨이드도 일반 구두처럼 디자인이 다양하지만 여름철엔 끈 없는 로퍼(loafer)를 많이 신는다. 발등에 술 장식이 있는 '태슬 로퍼', 동전 하나 넣을 정도의 절개선이 있는 '페니 로퍼'가 대표적이고 최근에는 벨기에 농부들의 실내화에서 유래했다는 '벨지안 로퍼'의 날렵한 디자인도 유행 중이다. 스웨이드는 가죽이 부드럽고 얇은 편이어서 맨발이나 페이크 삭스(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양말)에 신어도 발에 부담이 덜하다.

마음먹고 멋을 부려보고 싶을 땐 화이트 벅스(흰색 스웨이드 구두)에 도전하는 방법이 있다. 특유의 청량감이 더운 계절에 빛을 발하는 신발이다. 신어 보고는 싶은데 주위의 시선이 걱정이라면? 패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코긴스의 '맨 앤 스타일'에 나오는 이 구절이 용기를 준다. "흰 구두를 신은 남자는 이렇게 묻는다. 바로 지금 삶을 찬미하지 않는다면 대체 언제 그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