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양회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전랑외교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CNN기자와 답하는 왕이 외교부장.

중국이 타국을 위협하는 전랑(戰狼·늑대전사)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중국은 모두가 인정하는 ‘예의지국’이고, 중국인들은 평화를 사랑한다”며 “중국은 한 번도 다른 나라를 먼저 괴롭힌 적이 없고, 공격에만 반격할 뿐”이라고 말했다. 24일 오후 중국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정협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말이다. 전랑 외교는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국제사회에 늑대처럼 사납게 대응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날 미 CNN기자는 “중국 외교관들이 최근 트윗으로 코로나에 관한 그릇된 정보를 퍼뜨리고 외국 관료들과 언쟁을 벌이는데, 정작 중국 매체들은 ‘전랑 외교’라며 극찬한다”며 “이런 과격한 언사와 살기등등한 태도가 중국의 새로운 외교 전략이라고 미국과 세계에 알리는 것이냐. 국제사회의 배척이 두렵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24일 양회 기자회견에서 CNN 기자가 중국의 전랑외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왕 국무위원은 “중국은 언제나 평화외교 정책을 추구했고,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세계 평화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상모략에는 반드시 강하게 반격해 국가의 명예와 민족의 존엄을 지킬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타국에 제재를 가하고, 코로나 소송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나라는 중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24일 기자회견에서 CNN기자의 전랑외교 비판에 답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왕 국무위원의 발언 직후 중국에서는 전랑외교 비판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류샤오밍(劉曉明) 영국 주재 중국 대사는 24일 저녁 CCTV에 출연해 “요새 중국에 ‘전랑(늑대 전사)’이 많다고들 하는데,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 세상에 늑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늑대전사가 없으면 이 세상의 늑대들은 누가 맞서 싸울 수 있겠느냐”라고 부연설명했다. 류 대사가 말하는 늑대는 미국 등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나라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입’인 관영 환구시보는 25일 사설에서 “중국 외교에 ‘전랑’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건 극단적인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늑대외교는 베이징이 아니라 미국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세계에서 전랑 외교로 비판 받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 발생 이후다. 중국 외교관들이 트위터에서 중국을 두둔하는 여론전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다. 62만 팔로어를 거느린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월 “코로나는 미군에 의해 중국으로 유입됐다”는 가짜 뉴스 트윗을 날렸다. 지난달 12일에는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 홈페이지가 서방의 코로나 대응을 두고 ‘느림보’라 비판한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관들의 트위터 계정은 지난해 38개에서 최근 137개로 급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코로나로 국제사회에서 난타를 당하면서 방어적으로 변한 것이라고 전했다. 네덜란드국제관계연구소(NIIR)는 최근 보고서에서 “요즘 중국의 외교 행태는 싸움에서 궁지에 몰리자 진흙을 집어 던지는 (아이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고 했다. 중국의 전랑외교가 다른 나라의 반중 정서를 유발해 중국에 대한 보복책을 강구하게 한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