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한 사람이 세금과 4대 보험 등 명목으로 나라에 낸 돈이 지난해 처음으로 1000만원을 돌파했다. 24일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부담액은 1014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3.2% 늘었다. 1인당 국민부담액은 세금과 각종 강제성 연금 및 보험료 부담액을 합친 것으로, 지난 2013년(688만5000원)과 비교하면 6년 새 47% 급증했다.

지난해 걷힌 국세와 지방세는 총 384조8000억원으로, 이를 인구수로 나누면 국민 1인당 744만2000원의 세금을 부담한 셈이 된다. 여기에 국민연금 92만4000원, 건강보험 113만9000원, 고용보험 21만5000원을 각각 냈다. 그 외에 공무원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산재보험 등 기타 사회보장기여금 등 명목으로도 42만1000원을 냈다.

국민부담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국민부담률도 2018년 26.8%에서 작년 27.4%로 더 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7~2018년 1년간 국민부담률이 역대 최대 폭인 1.4%포인트 증가한 것에 비하면 증가 폭은 둔화됐다. 지난해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세수가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료 부담은 급증했다. 지난해 국민 1인당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 납부액은 전년 대비 9.7%, 28.7% 늘었다.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OECD 평균(34.2%)보다는 아직 낮지만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2013~2017년 4년간 OECD 평균 국민부담률이 0.8%포인트 증가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2.3%포인트 뛰었다.

문제는 앞으로 국민 부담이 더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저출산 고령화에다 현 정부의 복지·의료 정책,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재정과 각종 사회보험기금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경우 직장인 보험료율이 2017년 6.12%에서 올해 6.67%로 올랐지만, 건보공단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

고용보험기금도 작년 2조원 넘는 적자에 이어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적자가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여기에 불어나는 재정 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증세까지 이어지면 국민 부담은 훨씬 더 불어나게 된다. 지금은 적자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해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현 세대가 쓸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복지 수요가 크게 확대되고 국가 채무가 상당히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며 "재정 수입 확대를 위해 증세 논의를 시작할 단계"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24일 긴급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검토 가능성에 대해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이) 적어도 골목 경제에선 효과가 있었다는 게 각종 통계에서 확인되고 있고, 소비 절벽에서 벗어났다는 것도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나중에 필요하다면 추가 지급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국민의 70%에게만 지원금을 줘야 한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전(全) 국민 지급'을 밀어붙였다. 그런데 김 원내대표는 이에 더해 '추가 지급'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가 심각해질 것이 뻔한데, 당연히 추가 지급 가능성을 검토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김 원내대표가 일단 '화두'를 던진 만큼 원내에서 논의를 해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가 채무 증가 우려에 대해선 "식구가 다 죽어가면 빚이라도 내서 살려야 한다"며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재정으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추경호 의원은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넘긴 채 돈을 펑펑 쓰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도, 정직하지도 않다"며 "복지 지출을 늘리려면 국민 부담도 늘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는 게 국민에 대한 책임이자 도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