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등 따시고 배부르면 행복’이라는 게 우리 조상들의 기준이었다. 배는 부르다. 많이 먹어서 고혈압, 당뇨 아닌가. 그러나 등이 따뜻하지 않아서 몸이 개운하지 않다. 아파트 보일러방에서는 등을 뜨끈뜨끈하게 지질 수가 없다. 하동군의 지리산 칠불사(七佛寺) 아자방(亞字房)은 한국 최고의 온돌방이다. 방 내부의 온돌 형태가 아(亞)자처럼 되어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방 가운데 바닥은 열 십(十)자 형태이다. 그 십자 모양 방바닥 사방으로는 높이 40cm 정도로 온돌이 겹으로 설치되어 있다. 방바닥이 복층인 셈이다. 열십자 주변의 올라온 온돌 위치에 대략 10명 정도 인원이 앉아서 명상을 할 수 있는 구조이다. 특히 칠불사는 해발 700m이므로 겨울에 춥기 마련인데 뜨뜻한 온돌방에서 겨울 석 달을 좌선하기에는 최적이다. 아자방 입구에는 ‘ㅁ’자 형태의 마루가 있으니까 이 ‘ㅁ’자를 亞자 옆에다가 붙이면 벙어리 아(啞)자가 된다. 아자방에 들어오면 말을 하지 말고 침묵 수행을 하라는 이야기이다.

원래의 아자방은 신라 때 구들 도사인 담공 선사가 축조하였다. 한 번 불을 때면 100일 정도 따뜻했다고 전해지는데, 6·25를 겪으면서 파괴되었다가 작년 겨울에 요사채 밑의 위치에다가 새로 복원하였다. 방은 18평 넓이다. 경남도청과 하동군 윤상기 군수의 지원이 있었다. 새로 축조된 아자방의 아궁이 입구 높이는 1.6m 정도 된다. 아궁이 형태가 마치 도자기를 굽는 가마 모양과 흡사하다. 아궁이 입구에는 네모진 철문이 설치되어 있어서 온기를 보존한다. 아궁이 내부의 방고래와 이어지는 부분은 땅속을 깊이 팠다. 방고래 밑바닥에서부터 방 안의 구들장까지 높이가 3.7m라고 한다. 방고래 깊이가 평균 3m이다. 일반 가정집 온돌의 스케일과는 비교할 수 없다. 아랫목의 구들은 방돌을 7중으로 깔았다. 윗목은 3중으로 깔았다. 방고래를 쌓는 데 들어간 기왓장은 무려 1만1000장이다. 불의 온기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방고래의 깊이도 깊고, 그 구조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처음에 불을 땔 때는 장작의 분량이 보통 집의 10배가량 들어간다는 주지 스님의 전언이다. 한 번 불을 때 놓으면 온기가 20일을 간다. 어느 정도 뜨거운 온돌방을 유지하려면 일주일 간격으로 한 번씩 장작불을 때 준다. 일주일 간격으로 불을 넣을 때는 처음 불을 넣을 때 장작 분량의 30% 정도를 사용한다. 하룻밤 자보니까 이불을 덮을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