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삵이 다가오자 물 밑의 세밀한 근육들부터 파르르 떨렸고 오리와 두루미들이 먼저 시퍼렇게 질려 날아갔다

그 하늘 흔들리던 구름에 깜짝 놀란 피라미 새끼들 한 방향으로 몸을 쓰러뜨려 일제히 발광하는 눈부신 오후

―김종경(1967~ )

생태계의 지그재그, 울퉁불퉁한 균형을 보노라면 우선 놀랍습니다. 그리고 아름답습니다. 한편에선 잔인하고 그 맞은편에서는 즐겁습니다. 그러나 그 즐거움도 잠시뿐, 끝내 처절하여 '공(空)-노자(老子) 어르신의 말씀을 빌리면 불인(不仁)'합니다. 그 순환의 고리 안에서 가장 극적인 한 '순간'을 이 시는 보여줍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교직, 무기물과 유기물의 교차를 통해 세상 모든 현상의 '무관하지 않음'을 일깨웁니다. '삵'이 다가오자 그 까닭으로 우선 세밀하게 힘이 들어가는 '근육'들이 있습니다. '오리' '두루미들'은 근육을 당겨 날아갑니다. 그것도 '시퍼렇게 질려'서. 그 그림자에 물속 '피라미 새끼들'은 방향을 트느라고 '발광'을 합니다. 그 연유로 파문이 일었을 것이고…. 그 연쇄작용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을 겁니다. 그 자리에 '나' 또한 그들과 더불어 있습니다. 우리는 홀로 있지 못합니다.

이러한 ‘눈부신’ ‘순간’의 연속이 있어서 우리는 숨 쉬며 삽니다. 이 ‘순간’을 제거하며 개발을 하네, 경제를 살리네 하는 것은 거짓입니다. 그 어떤 인위도 이러한 연속보다 더 아름답거나 값질 수는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