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11주기를 맞아 "대통령마다 예외 없이 불행해지는 비극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시대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해나가는 일에 성큼 나서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촉구한 것이다. 앞서 퇴임을 앞둔 문희상 국회의장도 "다음 21대 국회에서 과감하게 통합의 방향으로 전환할 것을 제의한다"며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고 했다.

1980년 이후 취임했던 일곱 명의 전직 대통령 중 네 명이 옥고를 치렀거나 치르고 있고, 한 명은 검찰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두 명은 아들들이 감옥에 갔다. 한 명도 예외 없이 법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현직 때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다 물러나면 후임 대통령 때 사법처리를 당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돼 왔다.

이런 불행한 역사를 매듭짓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검찰 같은 권력기관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지만 그 선행 조치로서 현직 대통령 누군가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의 고리를 끊는 결단을 한 차례 내려야 한다.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오늘로 수감 기간이 1152일째에 이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768일을 오래전에 넘어섰다. 80과 70을 눈앞에 둔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2심에서 각각 선고받은 17년, 25년 형을 끝까지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지난 연말부터 거론됐다. 그러나 선거에 미칠 정치적 파장 때문에 단행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고 후년 대선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떠나는 국회의장 말처럼 집권 세력 입장에서 사면을 겁낼 이유는 하나도 없다. 코로나 감염에 취약한 고령의 전직 대통령들의 건강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취임사의 약속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대통령의 결심이 확인되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 절차도 조속히 매듭지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