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환 평전|진환기념사업회 엮음|살림|284쪽|2만5000원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진환(陳瓛·본명 진기용, 1913~1951)이란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41년 도쿄에서 이쾌대·이중섭 등과 함께 ‘조선신미술가협회’를 창립할 당시 진환은 당대 선두를 달리던 화가였다. 일본미술학교 재학 중이던 1936년 작가로 데뷔해 이해 도쿄에서 열린 신자연파협회 제1회 전시에 입상했다. 베를린 올림픽 부대행사로 열리는 예술경기전에 작품 ‘군상’을 응모해 입선했다. 일본 출품작 30점에 든 작가 중 조선인은 진환이 유일했다.

해방 후 홍익대 미대 초대 교수를 지냈지만 6·25전쟁 중 38세 젊은 나이에 오인 총격을 받아 사망하면서 미술사에서 잊힌 존재가 됐다. 도쿄에 있던 1943년 '외조모 사망 급 귀향'이란 전보를 받고 서둘러 고향 전북 고창(무장)에 돌아오면서 작품을 챙겨오지 못해 현전하는 작품이 30여점으로 적다. 당시 전보는 외아들이 '환쟁이' 길을 걷는 것을 걱정해 집안에서 거짓으로 전한 것이었다.

진환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동갑내기 이쾌대는 진환을 높이 평가했다. 해방 직후 고향에 있는 진환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때가 어느 때입니까. 기어코 고대하던 우렁찬 북소리와 함께 감격의 날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원컨대 형이여! 하루바삐 상경하셔 큰 힘 합쳐 주소서"라고 썼다.

진환이 그린 소 그림 등은 후배 이중섭 그림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한다. 작품 도판을 비롯해 유학 시절 성적표, 편지와 신문 기사 등 자료를 엮어 근대미술사의 잊힌 고리를 잇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