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

최근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후보물질(mRNA-1273)의 1상 임상시험 중간 결과를 내놓으면서 여러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접종한 45명 모두에서 항체가 생겼다”는 뉴스에 기대감이 커졌다가 자료 부실 등 비판이 나오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무슨 일인지, 이 임상시험의 주관 책임자인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아직까지 아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감염병 임상시험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명인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에게 발표 내용과 의미, 한계 등을 들어보았다. 김 교수는 녹십자의 신종플루 백신 개발 등 수많은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모더나가 보도자료 형식으로 중간 결과를 내놓았는데.
"우선 발표 형식은 이례적이다. 백신에 대한 1상 임상시험은 건강한 성인 40~50명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보는 것이 주목적이고, 부수적으로 면역원성(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1상이 모두 끝난 뒤 종합적으로 분석해 임상을 주관하는 연구책임자(이번 경우는 파우치 소장)가 모든 자료를 확인하고 개발사에 결과를 통보하고 규제당국에 보고한 후 논문이 발표될 때쯤 외부에 공개되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다. 그런데 이번 발표는 파우치 소장은 언급이 없고, 개발사가 그것도 중간 결과를 보도자료 형식으로 발표했다. 전세계적으로 백신 임상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점을 감안해 이런 발표가 이뤄졌다고 생각하지만, 통상적 양식이 아닌 보도자료 형태로 발표해 결과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어떤 것인가.
"45명을 백신 용량 25µg, 100µg, 250µg 군으로 15명씩 나눠 진행했다. mRNA 방식인데,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핵산 염기서열을 백신으로 만들어 인체에 주사했다. 그러면 백신이 체세포 안으로 들어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고, 면역세포들이 이를 감지해 항체를 만드는 원리다. 어떻게보면 상당히 고도의 분자생물학적인 바이오기술이다. 아직까지 mRNA 방식으로 허가받은 백신은 없다. 상당히 고급 백신 기술을 갖고 만든 것이다."

-안전성 결과는 어떤가.
"일단 안전성 측면에서는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백신을 접종해 어깨 접종 부위의 통증, 압통, 부종, 발열, 두통 같은 국소 증상, 마비나 간질 발작 같은 전신 증상 등 부작용이 심한 경우가 있나를 보는 것이 안전성 검증이다. 100µg 군에서 1명만 3등급의 주사부위 홍반이 있었는데, 그외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는 내용이다. 안전성 문제에서는 희소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항체 형성 부분은 어떤가.
"항체 역가가 최대로 올라가는 접종 2주차에 채혈해 평가했다. 그 결과 45명 전원에서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것도 고무적인 희소식이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항체 형성 여부만을 언급했을 뿐 항체 역가나 지속력에 대한 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채 나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중화항체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중화항체가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효과적인 항체다. 25µg 군에서 4명, 100µg 군에서 4명을 측정했더니 중화항체가 나왔다는 결과다. 45명 중 8명만 나온 건지 8명만 검사해서 8명이 나온건지 헷갈렸다. 둘은 얘기가 전혀 다르다. 발표 내용은 먼저 채혈한 8명 전원에서 중화항체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것도 일단 고무적인 소식이다. 하지만 중화항체가 얼마나 형성됐는지 데이터는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직 8명 데이터밖에 나오지 않아 나머지 37명 결과는 모르는 상태다. 지금 진행중일 것이다. 중화항체가 얼마동안 지속되는지도 아직 모른다. 그러다보니까 보도자료가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 보통의 임상시험 발표보다는 너무 서둘러서 부족한 자료를 갖고 발표한 비판적인 측면도 있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모두가 백신 결과를 기다리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중간 분석 발표를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상궤를 벗어난 발표인 것은 사실이다."

-연말까지 3상을 마칠 수 있을까.
"이번 임상시험은 45명이라는 소수에서 진행됐다. 그래서 이 결과가 향후 수십만명, 수백만명에서 접종 시 안전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간 발표 갖고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미국 정부가 올해 12월 내로 3억 도즈를 만들어내라 등 백신 개발을 독촉하고 있는데, 백신 임상은 그렇게 서두를 일이 아니다. 백신은 안전성이 제일 우선이다. 아무리 예외적인 상황이라해도 안전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백신 개발을 밀어붙여선 곤란하다."

-미국 정부가 모더나와는 별도로, 영국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 물량 3억개를 확보하기 위해 약 12억달러를 제약사에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는데.
"한 제약사와만 계약하면 성공 보장이 없기 때문에 실패 리스크를 줄이기위해 복수 회사와 계약하는 것이다. 옥스포드대 백신은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운반체)로 이용하는 약물이다. 이 기술은 최근 메르스에 대한 1상 임상결과를 발표했을 정도로 전임상을 마친 플랫폼이기 때문에 바로 인체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달 착륙에 비유하면 달까지 갈 로켓(플랫폼)은 이미 갖고 있고, 탐사선(해당 물질)만 만들어 탑재하면 되기 때문에 빠른 진행이 가능한 것이다." /김민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