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앞두고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원격의료'를 도입하겠다는 운만 띄워 놓고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원격의료라는 용어가 여당과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 보고, 용어만 '비대면 의료'로 바꾼 것이 단적인 사례다. 원격의료가 환자 복지와 의료산업 발전은 물론 감염병 대응 등에서 의료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리고 정책을 가다듬는 추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전화상담·처방을 계기로 원격의료 확대 허용 등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의료계 반발 등을 넘어서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는 의사가 다른 의사에게 원격으로 조언을 해주는 것만 허용돼 있다. 원격의료의 핵심인 원격진료, 즉 의사가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하고 처방을 내리는 것은 금지돼 있다. 최대집 회장은 이날 "지역 의사회를 중심으로 지역 의사들이 전화상담을 중단하도록 독려하는 등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6월 중순쯤에는 전화상담 건수가 0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원격의료에 대해 '의료 상업화'라며 반대해왔다. 핵심 지지층인 노조와 좌파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5일 기자들에게 "비대면 의료는 의료 영리화와 상관없고, 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받을 권리를 위한 것"이라며 "향후 예상되는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비대면 진료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비대면 진료 체제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 뒤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 예방의학 교수는 "원격의료가 개원의들의 밥그릇을 뺏는 게 아니라, 코로나 2차 대유행과 미래의 또다른 신종 감염병을 대비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점을 의료계에 설득하는 정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해외의 원격의료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리서치는 미국의 올해 원격진료 건수를 10억건으로 전망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코로나 이전 이 기관이 전망했던 원격진료 건수(3600만회)의 28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