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코로나 전염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는 방법은 마스크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에게 체계적으로 마스크를 공급하여 코로나 방역에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코로나 사태 초기에 마스크 착용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마스크 착용, 동서양이 왜 다를까

처음에는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했다가 시간이 지나서는 의료진만 마스크 쓰면 된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동아시아권에서는 마스크를 잘 쓰는데 선진국이라고 하는 서양 문화권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혹자는 그 이유를 경제적으로 설명한다. 마스크 공장 대부분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있어서 마스크 수급을 수입에 의존해온 서구는 마스크 공급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백인 우월주의에 젖어 있는 서양 언론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서양은 문화적으로 개인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서 마스크로 표정을 가리는 것을 거부한다. 반면 동양은 자기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문화여서 표정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는 데에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다. 다분히 인종차별적 설명이다. 국내의 어느 뇌과학자는 마스크를 쓰는 방식이 아시아에서 제안한 해결책이어서 서양인들이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안 쓰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설명 모두 한편으로는 일리 있지만 충분한 설명은 안 되는 것 같다.

집단주의·개인주의 차이는 강수량 때문

나는 두 가지 이유에서 동아시아인들은 마스크를 쓰고 서양인은 안 쓴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강수량 차이 때문이다. 버지니아 대학 토머스 탈헬름 교수는 강수량과 문화의 연관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극동아시아 지역은 유라시아 대륙 동쪽에 위치해서 계절풍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린다. 연 강수량 1000㎜가 넘으면 벼농사를 짓는다. 벼농사는 모내기도 같이 하고 물길을 내주거나 저수지를 만드는 등의 치수 사업을 위한 토목 공사가 많다. 이러한 노동 방식 때문에 벼농사 지역 사람들은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한다. 이들은 집단 내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기를 두려워한다. 내 행동의 가치 판단 기준이 다른 사람에 대한 피해를 줄이는 것을 우선시하는 데 맞춰져 있다. 그래서 벼농사 지역은 이혼율도 낮다. 이혼을 결정할 때 개인감정에 근거해서 판단 내리기보다는 가족 같은 공동체의 안위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에 위치한 유럽은 비가 1000㎜ 이하로 내려서 밀농사를 짓는다. 밀농사 방식은 치수 토목 공사도 없고 씨를 혼자 뿌리면서 농사를 짓는다. 개인적 노동 방식을 보이는 밀농사는 개인주의 문화를 만들었다. 서양인들에게는 내가 코로나에 걸리거나 말거나 그건 개인 문제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폐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점을 동양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신경 쓴다.

감정 드러내는 방식도 달라

둘째 이유는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이 달라서다. 우리나라에서 휴대폰 문자를 보낼 때 웃음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은 '^^' 이렇게 표시한다. 웃는 눈을 표현한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 이렇게 표시한다. 웃는 입을 표시한 것이다. 동양은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서양은 입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이런 문화적 차이 때문에 실패한 기업이 있다. 일본의 인기 캐릭터 상품 중 '헬로 키티'라는 브랜드가 있다.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인데 얼굴에 입이 없고 눈만 그려져 있다.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동양인에게 이 디자인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서양인에게는 감정이 없는 기괴한 느낌을 주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헬로 키티는 미국 시장에서 실패했다. 반면 동양인인 나는 서구의 스마일 심볼을 보면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스마일 심볼 얼굴은 입으로는 웃는데 눈으로는 웃지 않는다. 눈은 점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마일 심볼 표정은 가식적으로 느껴진다. 웃는 표정을 지을 때 입 주변 근육은 머리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눈가 근육은 의도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진심으로 웃는지는 눈을 보면 정확하게 판단 내릴 수 있다고 한다. 동양인이 감정 파악을 위해서 눈을 보는 이유는 벼농사를 지으며 집단생활을 해, 주변인 감정을 더욱 민감하게 포착하려는 훈련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입으로 감정 소통을 하는 서양인에게 마스크를 쓰는 것은 감정을 숨기는 것이 된다. 서양인이 이슬람인과 소통이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동 사막의 먼지 때문에 입과 코를 천으로 가리는 중동 문화를 서양인은 감정을 가리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서양인에게 입을 가린 중동인은 헬로 키티다. 서양에서 입을 가리는 것은 강도나 하는 부정적 이미지다. 그래서 익명성을 가져야 하는 만화 속 수퍼 히어로들도 마스크 대신 눈을 가린다. 배트맨, 조로, 그린 랜턴 같은 히어로 캐릭터들은 마스크 대신 눈을 가린다. 입을 가리면 캐릭터의 감정 표현이 불가능하고, 히어로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만약에 눈가를 가리는 안대를 쓰는 것이 코로나 전염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면 서양인은 잘하고 동양인은 안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