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2019년 아프리카 우간다에 ‘김복동 센터’를 건립한다는 명목으로 국민 상대로 돈을 걷었다. ‘2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11월에는 우간다 현지 촬영 영상을 유튜브에 자신들 후원계좌 번호와 함께 걸었다.

그런데 그 영상 자막에 실제로 현지인 입에서 단 한차례도 나오지 않은 '(김복동)센터'라는 단어를 자막으로 여러 차례 표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영상속 여러 현지인 가운데 최소한 '김복동센터'를 인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조차 없었다.

또 정의연은 이달 19일 "우간다 중앙정부가 현지 단체의 대표에게 '김복동'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을 문제 삼으며 가하는 위협을 11월 방문 때 확인했다"고 했다.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lIIt0ZfSRvA

하지만 확인 결과, 정작 정의연은 작년 11월 우간다 방문 마지막날까지도 “우간다서 착공식을 진행했다”는 보도자료까지 냈고, 모금을 중단하지도 않았다. 정의연이 ‘우간다 김복동 센터’ 무산 소식을 밝힌 것은 올해 1월말이 처음이었다. 그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에 김복동 센터를 지을 계획으로, 본격적인 모금을 시작한다’고 했다.

작년 11월 22일 정의연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우간다 김복동센터 땅 방문 2분순삭’. 이 여성은 “we are excited about the land(우리는 땅에 들떴다)"라고 하는데, 자막에는 '센터를 세울 땅이 있어서 너무 기쁘다'라고 써 있다.

정의연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을 포함한 관계자는 작년 11월 17일부터 열흘 간 ‘우간다 김복동 센터 착공식’ 등을 위해 현지를 방문했다.

작년 11월 22일 정의연 유튜브 계정에 ‘우간다 김복동센터 땅 방문 2분순삭’이라는 영상이 올라왔다. 설명에는 ‘우간다 김복동센터 부지를 현지 주관단체 골든위민비전 인 우간다의 대표 아찬 실비아의 소개와 함께 둘러봤다’는 내용이 써 있다.

이 영상 속 아찬 실비아 대표를 포함한 현지인 누구도 ‘김복동 센터’를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막에는 ‘센터’가 나온다. 한 여성은 “우리는 땅에 들떴다(we are excited about the land)”라고 말하지만, 자막에는 ‘센터를 세울 땅이 있어서 너무 기쁘다’라고 써 있다. “일의 시작이죠(it's beginning of the work)”라는 말에도 영상 밑에는 ‘센터를 위한 첫 발걸음’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정의연 유튜브 채널에 나오는 영상. 남성의 음성과 자막 내용이 다르다.

한 현지 남성이 땅에 대해 “파파야, 바나나, 망고 나무가 있다(Papaya, banana, It’s Mango tree there)”라고 말하는 장면에도 자막에는 ‘센터에 오면♪ 파파야도 있고 바나나도 있고 망고도 있고♪’라고 써있다. 영상 말미에는 ‘11월 25일 착공식 합니다’라는 자막이 나온다.

작년 11월25일 열린 김복동 센터 착공식. 현지인과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맨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이 김복동 할머니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김복동 센터'라는 글자는 찾을 수 없다.
정의기억연대 유튜브에 올라온 김복동 센터 방문 영상에 대한 설명. 우간다 김복동센터 후원계좌가 올라와 있다.

정의연은 영상과 같이 올린 설명에 후원계좌를 올렸다.

그로부터 나흘 뒤(26일), 정의연은 홈페이지에 ‘골든위민비전인우간다(GWVU) 전쟁 생존자 센터 착공기념행사 진행’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올렸다. ‘김복동 센터’라는 단어가 갑자기 사라졌지만, 그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 GWVU는 그동안 정의연이 우간다 김복동센터 건립을 현지에서 관장한다고 밝힌 단체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온 사람들 입장에선 김복동 센터가 착공한 것처럼 보기 쉬웠다.

그러던 올해 1월 28일, 정의연이 “일본 정부의 방해로 우간다에서는 김복동 센터 건립을 못하게 됐다”며 “대신 미국에서 건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연의 작년 11월 우간다 방문 영상과 후원계좌는 이달 21일까지도 정의연 유튜브 채널에 그대로 게시돼 있다.

영상에는 아찬 실비아 GWVU 대표가 ‘김복동 센터 부지’(정의연 주장)를 방문하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이 영상에서도 아찬 실비아 대표가 ‘김복동 센터’라고 말하는 장면은 전혀 없다.

아찬 실비아 대표는 정의연이 한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벌인 ‘김복동 센터 모금’ 소식을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확인하고, “그 땅은 처음부터 우리가 내전 피해자 쉼터(shelter)를 지을 목적으로 우리가 산 것”이라고 했다. 이어 “메신저를 통해 얘기하자. 더 듣고 싶다”고 했다.

실비아 GWVU 대표가 본지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실비아 GWVU 대표가 본지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실비아 GWVU 대표가 본지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이어진 메신저 대화에서 그는 “내가 질문에 답하게 된 건 정말 잘된 일(great)” “세상에(Oh My God!)” “그 땅은 우리가 내전 피해자를 위해 쉼터를 지을 땅” “이번 일이 역겹다(disgusted)” “그들(정의연)은 멍청하다(foolish)” “정의연이 우리 단체에 지원한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실비아 대표는 “정의연으로부터 재작년(김복동 평화상 수상)부터 석달마다 500달러(55만원) 정도씩을 받았지만, 해외 다른 나라들 단체들처럼 우리에 대한 순수 기부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GWVU와 협의하여 (김복동 센터) 부지를 마련했고 매입비는 약 1200만원이었다”며 “우간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일본’ ‘김복동’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을 문제 삼아 현지 단체 대표에게 위협을 가해” 센터 건립이 무산됐다 주장이었다. 정의연은 이후 해당 부지를 GWVU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정의연은 ‘우간다 토지를 직접 매입했음을 입증할 공적 문서가 있느냐’는 본지 질의에 사흘째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