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야구 '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26·LA 에인절스)는 고교 시절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를 목표로 제구·구위·스피드·변화구 등 항목별 세부 과제까지 정해 훈련했다. 이 얘기는 부산서부교육지원청이 지난달 22일 유튜브로 진행한 초·중학교 선수와 지도자, 부모 대상 멘털 교육에서 소개됐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학생 선수들도 '전국 대회 3등' '드리블 마스터' 등 각자 올해 목표와 방법 등을 적었다. 당장 단체 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홈트레이닝 등 개별 훈련에 동기를 부여하는 과정이었다.

부산서부교육청이 당시 방영한 프로그램 실시간 시청자는 2000여 명. 예상치(1500명)를 훌쩍 넘어섰고, 현재 조회 수는 4300회를 넘었다. 그만큼 관심이 높았다. 이 프로그램 강사 송봉길 데아이 멘털트레이닝 센터 대표는 "동계 훈련을 열심히 했는데도 대회 등을 통해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지 못해 무기력감을 호소하고 답답해하는 학생이 많다"며 "정기적인 전문가 멘털 트레이닝을 통해 무기력감도 습관적 선택의 결과라는 것을 알고 극복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지난 4월 코로나 이후 대학 선수 정신 건강을 다룬 기사에서 "올 시즌 최고 활약을 꿈꿨다가 기회를 뺏긴 선수들이 앞으로 뭘 해야 할지를 몰라 절망감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국내의 경우 정부 당국의 지침이 따로 없어 선수 멘털 관리를 현장 지도자들이 맡다 보니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체육 특기자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지적하는 얘기도 꽤 있다. 한 지방 고교 육상 선수는 "일반 학생들에 대해선 온라인 강의 같은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정작 몸을 써야 하는 체육 특기자에 대해선 대회 연기·취소 통보 말곤 아무런 얘기가 없어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교 체육 교사 사이에선 "육상 등 거리 두기를 통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종목도 있는데, 그런 고려 없이 등교 일정에 맞춰 훈련을 전면적으로 막은 것은 문제"라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경우 대한체육회 등이 학생 선수 훈련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성봉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도자와 선수들이 모여 단체로 훈련하는 시스템에 익숙하다 보니 코로나 이후 힘들어하는 선수가 많은 것 같다"며 "개인 종목은 평소에도 스스로 할 수 있는 훈련법을 만들고, 단체 종목은 방역 기준 충족 시 실외에서 제한적으로 훈련하는 등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