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 착취 영상물이 인터넷에서 불법 유통된 'n번방 사건' 이후 후속 대책으로 나온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n번방 사건'이 벌어진 텔레그램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해 "텔레그램은 예외인 'n번방 방지법'이 무슨 의미냐"는 비판이 나왔다.

여야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재석 177석, 찬성 174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재석 178석, 찬성 170명, 반대 2명, 기권 6명으로 가결됐다. 두 법이 시행되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인터넷 사업자는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불법 음란물을 삭제하고 접근할 수 없게 차단 조치를 해야 한다. 사업자가 이 같은 조치를 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며 사업을 폐지할 수도 있다.

초선 의원 당선자들 한자리에 - 21대 국회 초선 당선자들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초선 의원 대상 의정연찬회 참석 후 본청 계단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윤미향, 양정숙 당선자는 이날 연찬회에 불참했다.

'n번방 사건'이 벌어진 텔레그램도 규제 대상에는 포함된다.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도 국내 시장 또는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 이 법을 적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역외(域外) 규정'을 신설해 해외 사업자도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규제를 받도록 규정한 것이다. '해외 사업자에게도 불법 촬영물 등을 포함한 불법 정보의 유통 금지에 관한 의무를 보다 명확히 부과하기 위해 역외 적용 규정을 도입하고자 한다'는 조항도 있다. 하지만 텔레그램 본사가 거부한다면 국내법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 IT 업계 관계자는 "텔레그램은 본사 위치도 보안 사항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음란물이 유통될 경우 텔레그램에 이메일을 보내 '삭제 협조 요청' '음란물 차단 요청' 등을 할 수밖에 없는데, 텔레그램이 이를 받아들이겠느냐"고 했다. IT 업계에선 "국내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불신으로 해외 메신저를 쓰는 역효과만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법 자체가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제정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자, 방통위는 "일대일 대화나 비공개 대화는 해당되지 않고, 공개된 인터넷 글에만 한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통과된 'n번방 방지법'에도 인터넷 사업자가 사용자의 대화를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지, '범위'는 규정되지 않았다. 이는 향후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국회 관계자는 "시행령에도 사용자의 비밀 대화나 비공개 대화가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추후 시행령 단계에서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처럼 개인 간 사적 대화방까지 간접적 관리 대상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법 제정 취지 자체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고, 표현의 자유, 통신 비밀 보호 등 헌법적 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