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 기업 모더나(Moderna)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후보 물질에 대한 임상 시험 1상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왔다고 밝히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모더나 계획대로라면 연말쯤 코로나를 종식할 수 있는 첫 백신이 나올 수 있다.

◇"'중화(中和)항체'도 형성"

모더나는 18일(현지 시각) 코로나 백신 후보(mRNA-1273)에 대한 임상 시험에서 시험 참가자 45명 전원에서 코로나 항체가 형성됐다는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인체를 대상으로 한 백신 임상 시험의 첫 결과물이다.

모더나는 시험 참가자 45명을 15명씩 3그룹으로 나눠 백신 후보 물질을 각각 25㎍, 100㎍, 250㎍씩 28일 간격으로 두 차례 투여했다. 두 번째 투여 후 약 2주가 지난 다음 25㎍ 그룹에서는 코로나 완치자와 비슷한 수준의 항체가, 100㎍ 그룹에서는 완치자를 능가하는 수준의 항체가 만들어졌다고 모더나는 밝혔다.

모더나는 또 45명 중 우선 8명을 대상으로 중화항체 검사를 한 결과, 전원에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형성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8명만 조사한 결과지만 전원에서 중화항체가 형성됐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모더나는 1상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6일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상 임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마지막 임상 시험인 대규모 3상은 7월 시작하며 결과는 연말쯤 나올 예정이다.

'모더나' 기대감에, 코스피도 1980선 회복 - 19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43.50포인트(2.25%) 급등한 1980.61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6일(2040.22) 이후 최고치다. 전날 미국 바이오 기업인 모더나가 코로나 백신과 관련해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내놓은 영향이 컸다. 이날 코스닥 역시 5.51포인트(0.8%) 오른 696.36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내 전광판에 표시된 코스피 지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늘은 치료제·백신과 관련해 매우 중대한 날이며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개발 기대감은 세계 증시를 끌어올렸다. 18일(현지 시각) 미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3.85% 급등했고, 독일(+5.67%)·영국(+4.29%) 등 유럽 주요국 주가지수도 4~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19일 아시아 증시도 모두 강세였다. 이날 코스피는 2.25% 오른 1980.61에 마감했다. 지난 3월 9일(1954.77) 1980선이 깨진 뒤 두 달여 만에 1980선을 회복한 것이다.

◇"너무 서두르면 큰 부작용 생길 수도"

기존 백신은 바이러스를 비활성화시켜 인체에 주입해 항체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중국에서 개발 중인 백신 후보 물질 4개 중 3개가 이 방식이다. 그런데 모더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만을 만드는 mRNA를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그러면 mRNA가 체세포에서 돌기 단백질을 만들고, 인체는 이를 이상 물질로 감지해 항체를 만든 다음 진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무력화하는 것이다.

당초 코로나 백신 개발은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해도' 12개월에서 18개월은 걸린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미국 등 각국 정부에서 전폭적으로 재정을 지원하고 신속 허가 등으로 규제도 대폭 완화한 것이 개발 시기를 예상보다 앞당기고 있다. 모더나도 미국 정부로부터 약 4억달러에 달하는 지원을 받았고, 사실상 동물실험을 생략하고 바로 인체 대상 임상 시험에 들어갔다.

미 백악관은 올 연말까지 백신을 유통한다는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까지 발표했다. SF영화 '스타트렉'에서 빛보다 빠르게 우주선이 날아간 워프 항법처럼 백신 개발 속도를 극대화해 올겨울부터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1차 확인한 것은 의미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mRNA방식은 새로운 방식인 데다 아직까지 승인받은 백신도 없다"며 "통상 수년 걸리는 백신 개발을 지나치게 서두를 경우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해 환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연말까지 1억명 접종분 백신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발이 빠르게 되더라도 생산과 배분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겨울은 북반구의 독감 시즌이라 독감 백신과 코로나 백신 생산을 동시에 해야 할지도 모른다. 백신이 나왔을 때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중화(中和)항체

바이러스에 결합해 무력화하는 항체로, 감염 전파를 막는 방패와 같은 것이다. 단순히 항체가 형성됐다는 것은 바이러스 감염병을 앓았다가 나았다는 의미이고, 중화항체가 있어야 재감염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