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는 러시아에선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나고 있다. 위기 상황인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인 방역 정책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고, 언론 노출을 최대한 삼가고 있다. 그가 코로나 사태 책임을 지기 싫어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은 지난 11일 방송 연설에서 6주간 이어진 '코로나 휴업령'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제 시기와 방법은 지자체장들에게 일임했다. 이 때문에 수도 모스크바와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휴업령을 유지하기로 했다. 푸틴이 '21세기 차르(러시아 황제)'로 불리며 철권통치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푸틴은 4월 초부터 대통령궁인 크렘린궁이 아닌 모스크바 외곽 관저에서 사실상 자가 격리를 하며 집무를 보고 있다. 외부 공개 일정도 거의 없다. 정치 평론가 안드리우스 투르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크렘린궁은 (코로나) 대응 실패 책임을 분산하기 위해 지자체장들을 '희생양'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초기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했던 러시아는 최근 매일 약 1만명씩 확진자가 늘어나며 누적환자 수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됐다. 19일 기준 확진자는 29만994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