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찾은 서울 강남 삼성서울병원은 외래 환자들로 붐볐다. 이날 이 병원 간호사 네 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확진된 간호사들은 수술실 간호사라 외래 환자와 접점이 없어, 본관 수술실만 폐쇄하고 외래 진료는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수술 환자 보호자들 얼굴은 어두웠다. 남편이 심장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50대 여성은 "수술이 잠정 연기됐는데, 언제 수술을 할 수 있을지 몰라 걱정"이라며 "삼성서울병원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코로나 검사 받기위해 대기하는 의료진들 - 19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야외주차장 옥상에 차려진 코로나 검사소에서 의료진을 비롯한 병원 관계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날 삼성서울병원에선 수술실에 근무하는 간호사 4명이 코로나에 감염된 게 확인됐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국내 유행 땐 확진자 186명 중 절반 가까이 이 병원(85명)에서 나왔다. '수퍼 전파자' 환자가 병원 응급실에 나흘 동안 머무르면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이후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한 개도 없던 음압병상을 10개로 늘렸고, 병원에 별도 발열·호흡기 환자 진료소를 만들었다. 그러나 5년 만에 다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한 서울시내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15년 5월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됐는데,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5년 만에 다시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4명 잇달아 확진, 감염 경로는 깜깜이

삼성서울병원은 19일 오전 "18일 오후에 20대 간호사 한 명이 확진됐다"고 했다. 이후 접촉자 추적 과정에서 이 간호사와 접촉했던 간호사 세 명이 19일 오전에 추가로 확진됐다. 확진된 간호사 4명은 모두 함께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수술을 해온 동료 간호사다. 서울시는 "간호사들이 최소 수술 환자 25명과 접촉했다"며 "9명은 음성이 나왔지만 16명은 아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들 중 최초 환자가 누군지, 어디서 걸려서 어떻게 전파됐는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아직까지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간호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격리병동이 아닌 일반 수술실 간호사라 병원에서 확진자를 치료하다가 감염됐을 가능성도 낮다.

강남구는 "1차 조사 결과 접촉자로 분류된 환자와 의료진 등 접촉자 623명을 검사했는데 결과가 나온 350명 중 간호사 세 명이 확진된 상태"라고 했다. 확진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의료진의 환자 전파 사례는 아직 없어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 국내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의료진이 환자에게 코로나를 감염시킨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코로나 유행 이후 그동안 병원 내 감염 사례는 주로 환자·보호자·이송 요원 등에 의해 전파가 시작돼 의료진이 감염된 형태였다. 의정부성모병원(관련 확진자 72명), 분당제생병원(42명), 서울아산병원(3명)은 모두 환자가 감염됐지만 본인이 감염 사실을 모르는 채 병원에 방문했다가 코로나가 퍼져 나간 사례였다. 관련 확진자가 14명 나온 은평성모병원은 병원의 환자 이송 요원이 코로나를 옮겼다. 만약 삼성서울병원에서 이 간호사들이 환자에게 코로나를 옮긴 사례가 나오면 의료진이 환자에 전파한 국내 최초 사례가 된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 기관이라고 해서 코로나 안전지대인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병원 내 감염 관리 등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