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업 신라젠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은상(55·구속) 신라젠 대표가 자신의 지인들에게 스톡옵션(일정 기간 이후 주식을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부여하고, 그로 인한 수익금을 돌려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검찰은 문 대표가 수백억원 상당의 수익금을 금과 수표로 돌려받아 로비 자금과 부동산 투자에 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신라젠 주주들을 소환해 신라젠이 2016년 3월 임직원과 외부 인사 62명에게 스톡옵션 289만주를 부여한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문 대표는 당시 '치과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스톡옵션을 발행했다. 2014년 2월 신라젠 합류 전까지 서울 양천구에서 치과를 운영했던 문 대표는 가깝게 지내던 같은 지역 치과 의사 A·B씨와 서울의 한 치과대학 교수 C씨에게 각각 스톡옵션 10만주씩을 줬다. 이들은 스톡옵션 행사가 가능해진 2018년 3월 이후 신라젠 주가가 수십 배 뛴 시점에 스톡옵션에서 미리 정한 4500원 헐값에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각각 수십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차익의 상당액을 문 대표가 받아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신라젠 주가는 지난해 8월 항암 후보 물질 '펙사벡'의 임상 실패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10만원 전후를 호가했다. 신라젠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A·B씨는 신라젠의 경영이나 연구에 참여한 바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라젠 전 임원은 "문 대표가 2013년 받은 스톡옵션도 5만주인데, 이름도 처음 듣는 A·B씨가 10만주씩을 가져가 직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컸다"며 "C씨는 신라젠과 자문 계약을 체결해 월 200만원 상당의 월급까지 타가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차명 스톡옵션' 발행을 위해 대학교수인 아내의 제자부터 자신이 운영했던 치과 직원과 운전기사 등 아는 지인을 총동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수사 당국에 이러한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 문 대표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캐나다에 거주하는 치과 직원 D씨는 신라젠으로부터 2016년 7만5000주의 스톡옵션을 받았지만, 아직 행사하지 않았다. 문 대표가 캐나다로 직원들까지 보내 스톡옵션 행사를 강요했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D씨를 포함, 당시 스톡옵션을 받은 인물들을 줄줄이 소환해 2016년 발행된 스톡옵션의 상당수가 이러한 '차명 스톡옵션'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문 대표가 금융 당국의 추적을 피하려 스톡옵션 수익금을 금이나 수표로 돌려받았고, 문 대표 스스로 가까운 직원들에게 이를 로비에 쓰고 다녔다고 말했다는 등의 진술을 신라젠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검찰은 문 대표가 돌려받은 스톡옵션 수익금을 추적해 실제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했는지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 측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지급된 스톡옵션으로, 문 대표가 수익금을 돌려받았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 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