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봉오리 2개'(순경), '무궁화 3개'(경정)

서울시내 한 경찰서에서 '이파리 2개'(순경) 막내 경찰관이 경력 20년 터울의 '무궁화 3개'(경정) 간부 경찰관과 온라인 설전(舌戰)을 벌였다. 112 신고를 처리한 뒤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처리 결과를 알려주거나 추가로 궁금한 것이 없는지 묻는 '112 신고 콜백'(이하 콜백) 문제가 발단이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파출소 소속 홍모 순경은 지난 14일 야간 근무를 서던 중 경찰 내부 전산망에 "지역 경찰 두 번 죽이는 112 신고 콜백"이라는 글을 올렸다. 서대문경찰서는 작년 11월 "치안고객만족도 향상"을 앞세워 직원들에게 콜백 서비스 강화를 지시했다. 경찰관들에게 반드시 "불편하신 점이나 더 궁금하신 사항 있으신가요?"라고 묻도록 했다. 홍 순경 글은 이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홍 순경은 '콜백을 지나치게 강화해 경찰관이 피의사실공표죄와 명예훼손죄 등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료가 겪은 사례도 소개했다. 한 경찰관이 "이웃집에서 가정 폭력이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그냥 돌아온 뒤, 신고자에게 콜백을 하는 과정에서 "이웃집 거주자는 부부가 아닌 연인이었고, 단순 언쟁이었다"고 설명했는데 이를 전해 들은 '이웃집 연인'이 명예훼손이라고 항의했고, 소송 공포에 시달린다는 얘기였다. 홍 순경은 "일선 경찰이 신분상 불이익을 걱정하다가 당당한 법 집행을 못 하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라고 했다. 경찰 내부 전산망에 올린 글은 전국 10만 경찰관 누구나 볼 수 있다.

그러자 홍 순경과 같은 서대문구 지역 경찰을 통솔하는 정모 생활안전과장이 이튿날 반박 글을 올렸다. "지침대로 진행하면 문제없을 것"이라며 만약 소송 등 문제가 생기면 "경찰서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이 글에 홍 순경이 다음 날 댓글을 달았다. "글을 읽어보기는 하셨느냐" "부하 직원의 한 맺힌 호소를 외면하는 지휘관을 믿고 20년 이상 정년까지 근무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19일 기준 두 경찰관의 글은 각각 2만5000회(순경 글)와 2만1000회(과장 글)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한 경찰관은 "정부가 경찰관을 서비스업 종사자처럼 생각해 '치안고객만족도' 숫자로 경찰서끼리 경쟁하게 된 탓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