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작년 6월부터 아프리카 우간다에 '김복동 센터'를 짓겠다며 국민 상대로 모금을 시작했다. 우간다 내전 중 성폭행력 피해를 본 여성들에게 김복동 할머니의 희망을 전한다는 취지였다. 홈페이지에는 이 사업의 현지 주관 단체로 '골든위민비전인우간다(Golden Women Vision in Uganda·GWVU)'와 그 대표인 아찬 실비아의 이름을 적어놨다. "현지에 확보한 부지"라며 땅 사진과 건물 설계도면까지 함께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총 2억원이 든다고 했다. 작년 말까지 국내 100여 단체와 개인 등이 4300만원을 정의연에 후원했다.

작년 여성의 날, 김복동 할머니 초상화 들고… - 지난해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에 참석한 윤미향 당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복동 할머니의 초상화를 들고 앉아 있다.

우간다 측 얘기는 달랐다. 아찬 실비아 GWVU 대표는 18일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김복동 센터' 건립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중반쯤 정의연으로부터 '김복동 센터'를 짓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처음부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정의연 사진 속 부지는 GWVU가 우간다 내전 피해 여성 쉼터(shelter)를 만들기 위해 구매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땅을 구매할 당시 세계 여러 단체로부터 기부금을 받았고 정의연에도 소정의 기부금을 요청했지만 '내전 생존자 쉼터' 조성을 위한 것이었지 '김복동 센터' 조성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실비아 대표는 "정의연이 돈을 모으는 도구로 나를 사용한 것 같다"며 "역겹다(disgusted)" "정말 나쁘다"고 했다.

그러나 정의연은 19일 "GWVU와 협의하여 (김복동 센터) 부지를 마련했고 매입비는 약 1200만원이었다"며 "우간다 정부가 '일본' '김복동'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을 문제 삼아" 센터 건립이 무산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의연은 이후 해당 부지를 GWVU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정의연은 올 1월 28일 '우간다 김복동 센터' 사업 중단 소식을 공개하고, 대신 "미국에 김복동 센터를 건립할 계획" "본격적 모금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정의연은 작년 6월~올해 1월 홈페이지에 '우간다 김복동 센터'에 관한 사진과 상세 계획을 올려놓고 모금했다. 해당 계획에서 정의연은 우간다 굴루시(市) 북쪽 약 '380평(967㎡)' 되는 현지에 부지를 "확보 완료"했다고 적었다. 그 땅과 건물 매입에 1억원, 각종 내부 공사와 용품 구입비 1억원 등 총 2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모금 활동은 올해 1월 말까지 진행됐고, 100곳이 넘는 개인과 단체가 후원금을 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28일, 정의연은 "일본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김복동 센터의 우간다 건립을 중단하게 됐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미 걷은 후원금을 돌려주겠다는 말은 없었다. 대신 "미국에 김복동 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이며 김복동 할머니 1주기(1월 28일)를 맞아 본격적 모금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본지는 18일 실비아 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국에서 우간다 김복동 센터 건립을 위한 모금이 작년 하반기에 이뤄졌고, 거기에 당신과 당신 단체 이름이 나왔다'고 전하자, 실비아 대표는 답장과 함께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자신의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줬다. "우간다는 인터넷 비용이 비싸다"면서도 본지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부지 매입 비용부터 GWVU와 정의연 주장은 엇갈렸다. 메신저로 부지 사진을 받아본 실비아 대표는 "이 땅은 우리가 우간다 내전 생존자 쉼터를 짓기 위해 직접 구매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땅을 구매할 당시 세계 여러 단체로부터 기부금을 받았고, 당시 정의연에도 '내전 생존자 쉼터' 조성을 위한 소정의 기부금(some money)을 요청했지만 '김복동 센터' 조성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실비아 대표는 김복동 센터와 무관하게 정의연으로부터 돈을 받아왔다고 했다. 정의연이 2018년 6월 실비아 대표를 '제1회 김복동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뒤부터였다. 실비아 대표는 "이후 정의연은 우리 단체에 석 달마다 500달러(약 55만원)씩을 기부(donate)했는데, 작년 12월에 기부가 중단됐다"고 했다. 그렇지만 실비아 대표는 '김복동 센터를 함께 짓자'는 정의연 제안을 처음부터 거절했고, "김복동 센터 건립을 위한 돈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또 "기부받은 돈이 '김복동 센터'를 위한 돈이라면 돌려주겠다고 당시 정의연에 밝혔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는 그들이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모르고, 우리나라는 싸우는 곳이 아니다. 우리는 전쟁에 지쳤고 평화를 바란다"고 했다.

반면 정의연은 19일 본지에 "우간다 김복동 센터는 GWVU와 합의된 사항이었으며, 정의연이 1200만원을 들여 현지 부지를 직접 매입했다"며 "GWVU가 보탠 돈은 1200만원 외의 1000달러(110만원) 정도"라고 했다. '부지 매입과 관련한 공식 문서가 있느냐'는 본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실비아 대표는 '일본 정부 개입' 주장도 부인했다. "일본 정부의 개입으로 김복동 센터 건립이 무산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우리는 전쟁 생존자 쉼터로 추진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비아 대표는 "(정의연이) 내 이름을 모금에 내걸었느냐"고 되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역겹다(disgusted)" "나에게 (계획 등) 아무런 말도 없었다" "정말 나쁘다(really bad)"고 했다.

정의연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김복동 센터' 건립 기금에 사용해 달라며 기부한 단체와 개인은 100곳이 넘는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도 작년 6월 500만원을 기부했다. 정의연은 김복동 센터 건립 목적으로 모인 기부금이 2019년 기준 4381만8344원이라고 19일 해명문에서 처음 공개했다. 실비아 대표는 "그들(정의연)의 기부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정의연은 이러한 실비아 대표의 인터뷰에 대해 "우간다 정부가 한국 언론을 눈여겨보는 상황에서 실비아 대표가 제대로 된 내용을 말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정대협·정의연에 22일까지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