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산업1부 차장

"참새는 해로운 새다."

1950년대 후반 중국 참새들의 수난은 당시 중국 최고 권력자 마오쩌둥의 이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마오쩌둥의 지시로 참새는 박멸 대상이 됐다. 낱알을 쪼아먹어 피 같은 양식을 축내는 참새는 '인민의 적'이었다. 관료들은 논리를 마련했다. 참새 한 마리가 주워 먹는 곡식의 양을 추산해 100만 마리를 잡으면 6만명분 곡식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1958년 정부 주도로 참새 소탕 작전이 벌어졌다. 생물학자들이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지만 묵살됐다. 중국 전역에서 참새의 씨가 말라갔다.

결과는 어땠을까. 당국의 예상과 달리 곡식 수확량이 줄었다. 참새가 사라진 논밭은 천적 없는 해충의 차지였다. 중국 공산당이 구축한 집단농장의 비효율성까지 겹치면서 1958년부터 3년간 3000여만명이 굶어 죽는 대기근이 대륙을 휩쓸었다. 리더가 과학적 합리성이 결여된 정책을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추진하고 이를 시스템이 바로잡지 못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잘 보여준 사례였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문재인 정부 탈(脫)원전 정책의 전개 양상이 중국의 참새잡이 소동과 꽤 흡사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원전을 '해로운 에너지'로 몰아갔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원전의 위험성을 부각했다. 정부는 발전 단가가 가장 싼 원전을 없애고 신재생에너지와 LNG(액화천연가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원전의 빈자리를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원전의 2배인 LNG로 채울 경우 에너지 안보 불안과 전기 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했다.

정부는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고 2030년 전기요금이 2017년 대비 10.9% 올라 인상 폭이 크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연료비·물가는 2017년 수준, 신재생 발전 원가는 2030년까지 35.5% 하락할 것으로 가정하고 추산한 수치다. 한국경제연구원 등 연구기관에서는 전기요금이 정부 예측보다 2~3배 오를 것으로 본다. 탈원전의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원전 부품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내몰리는 등 에너지 산업 생태계는 붕괴 직전이다.

누구나 납득이 되는 과학적 근거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진행되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탈원전이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러시아가 세계 원전 시장에서 종횡무진하고 미국과 일본도 원전 분야를 강화하는 데 우리만 역주행한다. 원전 업계는 내년 봄을 사실상의 생존 시한이라고 본다. 탈원전에 따른 마지막 원전 신고리 5·6호기에 들어가는 주요 설비 납품이 내년 3월 끝나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탈원전 정책을 돌려야 한다. 청정 에너지원에 일자리도 많이 창출하는 원전이야말로 정부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하는 '그린 뉴딜' 콘셉트에 딱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