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와 지자체들이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는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엉터리로 매긴 사례가 수두룩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전국 단독주택의 5.9%인 22만여 호는 토지의 공시지가가 토지·주택을 합친 '주택 공시가격'보다 높게 산정됐다. 황당한 일이다. 과세 표준 부동산을 선정하면서 '용도지역'을 반영하지 않은 경우도 토지 12만 필지, 주택 6700호에 달했다. 용도지역에 따라 가격과 세 부담이 천차만별인데 이걸 빼놓았다는 것이다.

작년 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 신청은 1년 전보다 10배나 늘었다. 집값 하락 지역인데도 주택지 공시지가를 크게 올려 세금이 늘어난 사례들이 속출했다. 과거 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은 연평균 2~4% 정도였는데 이 정부 들어서는 2018년 5.5%, 지난해엔 9.1%로 급등했고, 서울은 작년에만 무려 18%나 올랐다. 지역 주민들은 이 공시가격 산정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는데, 이것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전 국민의 70%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빌라 등 공동주택은 이번 감사 대상에서 제외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올 3월 발표된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해 3만7000여건의 이의 제기 신청이 접수돼 13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는 "매매가격이 2억원 내렸는데 공시가는 2억원 넘게 올랐다" "같은 아파트 단지인데 공시가 인상률이 10%포인트 이상 차이 난다"는 등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도 감사원이 감사 대상에서 뺀 것은 파장을 줄이기 위한 눈치 보기 아닌가.

전국 공동주택 1400만 가구의 공시가를 조사하는 한국감정원 인력은 550여명에 불과하다. 불가능한 일이다. '억울한 세금' 하소연이 쏟아지는데 국토부나 한국감정원은 산정 기준에 대해 "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구체적 기준은 물론 담당자 이름까지 공개한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각종 세금과 복지 혜택 선정 등 60개 행정 서비스에 반영된다. 이 핵심 행정 지표를 이렇게 엉터리로 산정해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