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에 사는 주부 박모(57)씨는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 2월부터 소셜커머스 쿠팡에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대형 마트 가기가 꺼려졌기 때문이다. 아직은 생수·휴지·쌀 등 생필품 위주지만, 점차 구매 품목을 늘리고 있다. 박씨는 "일단 배달을 받아 보니 편하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박씨처럼 온라인 쇼핑 전선에 뛰어드는 5060세대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지난 4개월(2019년 12월~2020년 3월)간의 자사 고객 결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고객 소비 생활에서 발견한 눈에 띄는 '변화'를 꼽아 19일 공개했다.

◇배달앱과 인터넷쇼핑에 눈뜬 4060

가장 큰 변화는 소비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신천지발(發) 코로나 집단 발병이 발생하기 전인 올 1월만 해도 유통업종에서 온라인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작년 평균 수준과 유사했다. 하지만 3월에는 65%로 7%포인트 훌쩍 뛰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측은 "두 달 사이에 온라인 비중이 이렇게 늘어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 현상"이라고 했다. 특히 마켓컬리·오아시스 등의 온라인 신선식품 전문몰 3월 카드 결제 매출은 직전 3개월(2019년 12월~2020년 2월)에 비해 29% 늘어났다.

4060 중·장년 세대의 '온라인 약진'도 눈에 띈다. 젊은 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배달앱이 대표적이다. 2020년 3월 배달앱 이용 고객을 들여다본 결과, 전체 이용자 29%가 4060세대로 나타났다. 1년 전(23%)에 비해 6%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를 계기로 온라인 쇼핑에 '첫발'을 들인 5060세대도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3월 신한카드를 통해 처음으로 온라인 결제를 이용한 고객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50대(22%)와 60대(9%)가 차지하는 비중은 31%로 10명 중 3명꼴이었다. 원래 온라인 결제 이용 고객 중 50대와 60대는 각각 15%, 4%를 차지하는 데 그치는 세대다.

◇시청·명동·서초 지고, 북가좌·북아현·상계·도곡 뜨고

코로나 사태 이후 '사무실' 대신 '집'이 일상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주거 지역 내 소비도 크게 증가했다. 아파트 밀집 지역 근처에 있는 유통업체(편의점·백화점·잡화점)나 수퍼마켓, 베이커리 등 생활밀착업종에서 이 같은 성향은 더 두드러졌다. 아파트 단지가 많은 도곡역 인근 수퍼마켓의 3월 매출은 직전 3개월보다 21%나 늘었다. 북가좌동이나 상계 지역 수퍼마켓 매출도 같은 기간 각각 19%, 12% 증가했다. 반면 회사가 모여 있는 서울시청 인근 수퍼마켓 매출은 44% 줄었다. 을지로입구(명동)와 서초역(검찰청·법원) 인근도 10%, 6% 줄어들었다.

백화점·편의점이나 빵집 매출도 북가좌·북아현·상계·도곡 등 주거지역에서는 증가하고 서울시청·명동·서초역 인근 오피스지역에서는 감소하는 경향이 그대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점은 오피스지역 인근 카페 업종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커피'는 직장인에게 거를 수 없는 필수 코스가 된 셈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집'과 관련된 단어의 언급이 급증했다. 집에서 운동하는 것을 뜻하는 '홈트레이닝' 언급량은 3월 99%나 증가(직전 3개월 대비)했고, '홈카페(집에서 즐기는 커피)'와 '홈술·홈바(집에서 즐기는 술)'도 각각 53%, 26% 증가했다. 집을 깨끗하게 해주는 가전제품 구입량도 늘었다. 옷을 깨끗하게 해주는 의류관리기의 경우 올 3월 판매 액수가 직전 3개월에 비해 267%나 늘었고, 건조기·공기청정기 역시 42%, 21% 늘었다.

신한카드는 이 같은 변화를 ①온라인으로의 변화(Switching On-line) ②홈라이프(Home-life Sourcing) ③건강·위생(On-going Health) 중시 ④패턴 변화(Changing Pattern) ⑤디지털 경험(Knowing Digital) 등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앞글자를 따 'SHOCK'라고 이름 붙였다.

신한카드는 "코로나 사태로 소비의 방식, 유형, 대상 등이 일시적인 수준을 넘어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코로나가 불러온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