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 소설가

나는 하루 10회 정도 사람들 앞에 불려나가 재주를 부렸다. 몇 주일간 쉬지 않고 혹사당하다 보니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주인은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더욱더 탐욕스러워졌다. 먹을 수도 없을 만큼 너무나 힘들었던 나는 뼈만 남아 앙상하게 야위었다. 내가 곧 죽을 것 같았는지 그는 최대한 나를 이용해 더 많은 돈을 벌 궁리를 했다.

ㅡ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중에서.

많은 사람이 동화책으로 기억하고 있는 '걸리버 여행기'는 정치인이자 성직자이기도 했던 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1726년에 발표한 정치 비판 소설이다. 항해에 나선 걸리버는 풍랑이 닥치고 선상 반란을 당하고 해적선을 만난 탓에 미지의 세계로 들어간다.

소인국에서는 포로가 되고 거인국에서는 노예처럼 부려지기도 하지만 그의 품성과 지식이 호감을 사서 왕들의 총애를 받는다. 과학이 발전한 나라에서는 허공에 떠다니는 섬에 초대받고, 사람을 태우고 다니던 말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도 경험한다. 이상적 세계란 무엇일까, 인간의 본성을 파고들며 작가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걸리버를 발견한 거인국 농부는 그를 구경거리로 만들어 돈을 번다. 서커스단의 원숭이처럼 끌고 다니며 도시 순회공연을 강행한다. 무리한 일정 탓에 걸리버가 쇠약해지자 잘 돌보기는커녕 죽기 전에 벌 수 있는 만큼 벌어야겠다며 악착같이 방안을 모색한다.

전국 방방곡곡, 소녀상을 세우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앞세워 반일 감정의 선봉에 섰던 사람들이 후원금으로 구입한 전원주택을 사적으로 이용, 일본 과자를 안주 삼아 술판을 벌이기도 하고 펜션으로도 운영했단다. 장례 조의금조차 그분들을 위해 쓰지 않았다.

100명 중 1명이 사기를 당하는 나라, OECD 회원국 중 사기 범죄율이 가장 높은 나라, 그 결과 사기 공화국이란 오명을 얻은 나라에서 국민 돈 무서운 줄 모르는 이들이 단체장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는 건 놀랄 일도 아니다. ‘네 돈이 내 돈’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는 돈과 권력에 대한 탐욕의 크기와 늘 비례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