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붉게 핀 경남 하동군 북천면 꽃양귀비 군락.

19일 경남 하동군 북천면 직전마을. 17㏊에 달하는 들판엔 이달 초부터 붉은 꽃 수십만 송이가 절정을 이루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작년 9월부터 이곳 주민들이 파종부터 관리까지 꽃을 가꿔왔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취소됐지만, 지난 2015년부터는 매년 축제도 열어왔다. 올해도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키는 선에서 꽃 구경을 하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을 붉게 물들인 꽃은 놀랍게도 양귀비다.

보통 양귀비는 마약인 아편의 원료가 되는 주재료로서 재배가 금지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18일 통영해양경찰서는 양귀비 등을 몰래 재배한 섬과 해안가 주민 41명을 적발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50주 이상 재배한 11명은 마약류 관리에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같은 시기 한 곳에서는 양귀비 축제를 위해 재배한 양귀비를 선보이고 있고, 한 곳에서는 양귀비를 재배한 주민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권오근 연구관은 “양귀비 종류만 90여가지인데, 이중 마약성분이 들어있어 재배가 금지되는 종류가 2가지 정도가 있다”고 했다. 양귀비는 크게 관상용으로 키우는 일명 꽃양귀비(개양귀비)와 단속 대상이 되는 마약성분이 포함된 양귀비로 구분된다.

둥근 형태의 열매를 맺었다 붉은색의 꽃을 피워 언뜻 비슷해보이기도 해 요즘도 인터넷 상에서는 관상용인지, 단속 대상인지 묻는 질문이 올라온다.

꽃양귀비와 마약류 식물로 분류돼 단속 대상인 양귀비는 주의만 기울이면 외향에서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꽃양귀비의 경우 줄기와 꽃봉오리에 솜털이 촘촘하게 나 있다. 열매는 마약성분이 있는 양귀비에 비해 작고 도토리 모양인 것이 특징이다.

몰래 재배하다 통영해경 단속에 적발된 양귀비들.

반면 마약 원료로 사용되는 양귀비는 줄기와 꽃봉오리에 솜털이 없고 매끈하다. 줄기는 꽃양귀비보다 힘있게 자란다. 잎이나 꽃대, 꽃이 진 열매 상처에서 하얀 진액이 나온다면 마약성분이 있는 양귀비다. 이 하얀 진액에 아편과 헤로인의 원료인 모르핀 성분이 들어있다.

관련 법률 상 꽃양귀비와 달리 마약성분이 포함된 양귀비는 관상용을 비롯한 어떠한 목적으로든 재배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꽃이 예뻐서 관상용으로 키웠다”고 해도 관상용이 아닌 양귀비라면 자칫 마약사범이 될 수도 있다.

통영해경 관계자는 “해안이나 섬 등 병원 접근이 어려운 지역 주민들은 양귀비가 복통·기관지염·만성 장염 등에 진통·진정작용 효과를 볼 수 있거나, 힘을 못쓰는 가축에 먹이면 효과가 좋다는 민간요법에 따라 양귀비를 몰래 경작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마약류 식물로 분류된 양귀비를 재배·매수·사용하다 적발되면 법률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