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돼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나오자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에 비상이 걸렸다. 광저우·랴오청 등의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국내에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외출을 자제하면서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CJ제일제당은 국내외 영업망과 마케팅 정보를 종합해 시장 동향을 분석했다. 2월 들어 미국에선 냉동 피자, 중국에선 냉동 만두 등의 판매가 조금씩 늘어난다는 정보가 올라왔다. CJ제일제당은 중국 정부의 생산시설 셧다운(가동 중단) 조치가 해제되자, 2월 중순부터 중국 만두 공장을 100% 가동하며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국내 시장을 겨냥해선 '집밥 트렌드'에 따라 '비비고 생선구이' 등의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며 가정간편식(HMR)에 집중했다.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는 냉동식품, 국내는 프리미엄 HMR을 중심으로 공략 전략을 짠 것이다.

지난 15일 1분기 실적 결산 결과, CJ제일제당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국내에서 외식과 학교 급식이 줄면서 B2B(기업 간 거래) 장(醬)류와 조미료 매출이 급감했다. 다시다의 매출은 23%나 하락했다. 하지만 HMR이 16% 성장하면서 국내 가공식품 매출은 1% 감소하며 선방했다. 해외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가공식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다. 결국 CJ제일제당은 지난 1분기 전년 대비 매출은 31.4%, 영업이익은 15.3% 늘었다.

국내 식품기업들이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며 좋은 실적을 냈다. 당초 소비 감소로 식품업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신제품 출시와 해외시장 공략으로 대응했다.

◇코로나 계기로 '해외시장 공략' 가속도

지난 4월 농심 미국법인은 미국 유통업체 크로거의 구매담당자 스콧 엘리스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미국에서 사재기 현상이 벌어질 때였다. "미국 소비자들이 그동안 간식(snack)으로 먹던 한국식 인스턴트 라면을 식사 대용으로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농심은 이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크로거 매장에서 신라면 시식 행사를 여는 등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매운맛을 잡기 위해 라면에 치즈를 뿌리는 등 '현지화 전략'도 빠뜨리지 않았다. 지난 4월엔 영화 '기생충'으로 유명해진 짜파구리를 외국인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짜파구리 용기면'을 미국에 출시했다. 상대적으로 이윤이 높은 해외시장에서의 선전은 1분기 실적으로 이어졌다. 이 기간 농심의 영업이익은 작년의 배(倍)로 뛰었다. 농심은 올해 해외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약 20% 많은 9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잡았다.

전통음식의 해외 매출은 코로나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대상㈜의 지난 2~3월 김치 매출은 작년보다 28%, 고추장은 30% 늘었다. 김도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대상 관계자는 "해외에서 오랜 기간 저장할 수 있는 한국 식품에 대한 선호가 높다"고 말했다.

◇'집콕족' 겨냥한 발 빠른 마케팅

오리온은 지난 2월 들어 과자 '꼬북칩 미니 12팩'생산을 대폭 늘렸다. 봉지당 용량은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12봉지를 묶음으로 온라인에서만 판매한다. 재택근무가 늘고 개학이 연기되면서 오리온은 혼자 간식 먹는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이 제품 포함 2~3월 오리온의 온라인 판매는 작년과 비교해 90% 가까이 늘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바뀌는 시장 트렌드를 예상해서 온라인 판매를 강화한 전략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집콕족'을 겨냥한 온라인 매출도 크게 늘었다. 롯데제과는 3월 유튜버 '흔한남매'와 손잡고 온라인 전용 과자세트 6000개를 선보여 일주일 만에 모두 팔았고, 최근 5000개 한정으로 재판매에 들어갔다. '대상'은 2월 온라인 전용 브랜드인 '집으로온(ON)'에 처음으로 어린이 전용 순살생선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상 관계자는 "외식 안 하는 주부들이 자녀 음식까지 주문하는 수요를 겨냥했다"며 "코로나 이후 '집으로ON' 매출이 3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