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로런스 피시번)가 네오(안경에 비친 이·키아누 리브스)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 장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49)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39)가 영화 '매트릭스'(1999)의 장면을 언급하는 트윗을 주고받다 영화를 만든 릴리 워쇼스키(53)에게 '한 방' 맞았다.

머스크는 17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매트릭스'의 유명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글을 썼다. 그는 "빨간 약을 먹으라(Take the red pill)"고 했는데, 곧바로 이방카가 머스크의 트윗을 언급하며 "먹었다(Taken)"고 올렸다.

'매트릭스'에는 극중 모피어스가 주인공 네오에게 "파란 약을 먹으면 너는 침대에서 깨어나 믿고 싶은 대로 믿게 되겠지만, 빨간 약을 먹으면 너는 '원더랜드'에 남아 '토끼 굴'이 얼마나 깊은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 '불편한 진실'을 상징하는 '빨간 약(red pill)'이라는 말은 영어권에서 각종 규제와 속박에서 벗어난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로 쓰이며, 정치적으로는 우파가 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머스크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봉쇄령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 위해 이런 트윗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미 경제 봉쇄령에도 캘리포니아에 있는 테슬라 공장을 가동한 바 있다. 이 매체는 "민주당을 공개 지지했던 머스크가 민주당 주지사가 이끄는 주정부에 불만을 드러내자 보수 진영에선 머스크가 그들의 편이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품고 있다"며 이방카의 트윗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머스크와 이방카가 '빨간 약' 트윗을 주고받자 '매트릭스'를 감독한 워쇼스키는 자신의 트위터에 "둘 다 엿 먹으라"고 썼다. 자신의 영화 대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해석한 것에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성전환자인 그는 성소수자 단체를 후원하자는 트윗을 연달아 올렸다.